[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 취임 8주년을 맞았다.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을 기치로 고강도 체질 개선을 추진해 온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 글로벌 공급망 격변기와 전기차 수요 정체 속에서도 완연한 질적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 먹거리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비롯해 주요 제조·소비재 계열사들의 고부가가치 사업 구조 전환 성과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LG 대표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SI 전문 자회사 버테크에서 ESS 배터리팩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제공
◆ 부실 사업 정리와 ABC 포트폴리오 다변화 결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스마트폰(MC) 사업 철수와 태양광 사업 정리 등 한계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여기서 확보한 재원과 인적 역량은 AI(인공지능),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등 ‘A·B·C’ 사업으로 재배치돼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안착했다.
특히 전기차 수요 정체 여파로 배터리의 실적 둔화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클린테크 부문의 핵심인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유연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전기차 라인 일부를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전환하고 신규 증설 프로젝트 투자 속도를 수요에 맞춰 조절하는 등 과잉 투자 방지에 나섰다. 다만 ESS 시장 특성상 계약 기간이 짧고 일회성 수주가 많아 대규모 가동률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자체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앞세운 AI 분야 역시 기술 과시에 멈추지 않고, LG유플러스와 LG CNS 등 ICT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사적인 B2B 솔루션 전환 및 제조 공정 이식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아울러 바이오 부문에서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주도해 인수한 미국 아베오(AVEO)가 북미 항암 신약 시장에서 견고한 실적을 올리며, 그룹의 확실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안착했음을 증명했다.
◆ 핵심 IT·전장 부품 계열사, 고부가가치 주도권 확보
그룹을 지탱하는 주력 계열사들도 고부가가치 중심의 체질 개선을 마치고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LG전자는 단순 가전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전장(VS)사업본부의 100조 원 안팎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성장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가전 불황을 뚫고 급성장한 ‘가전 구독’ 서비스와 스마트 TV 플랫폼(webOS)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이 시장에 안착했다.
LG이노텍은 고부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AI 반도체 기판 사업의 성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고질적인 ‘애플 의존’ 우려를 AI 반도체 기판 시장의 주도권 확보로 정면 돌파하며, 완연한 ‘AI 성장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한계에 직면했던 범용 LCD 사업을 철수하고 OLED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한 LG디스플레이 역시 스마트폰용 고부가 중소형 OLED 공급 확대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통해 완연한 흑자 기조에 진입했다.
이밖에도 LG CNS는 상장을 통해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솔루션 중심의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소비재 축인 LG생활건강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의 성과를 증명해 내고 있다. 북미·일본 등 글로벌 시장 다변화와 브랜드 리브랜딩 작업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며 안정적인 수익 다변화 축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 ‘인화’ 틀 깨고 ‘실리’ 택한 구광모…시장이 증명한 성적표
과거 LG그룹을 상징하던 단어는 ‘인화(人和) 경영’이었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은 대기업의 감상적 명분이나 오랜 관행에 안주하지 않고, 철저히 시장 논리에 기반한 ‘실전 압축형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조직의 DNA를 완전히 바꿨다.
20년 넘게 쥐고 있던 스마트폰 사업과 범용 LCD 사업을 과감히 걷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화합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비효율을 용납하지 않는 구 회장의 냉철한 결단력이 있었다.
구 회장의 지난 8년이 생존을 위한 고강도 사업 재편과 체질 개선의 시기였다면, 취임 8주년을 맞이한 현재의 LG는 기술 리더십과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성과가 전 계열사에 걸쳐 자리를 잡은 ‘본 궤도 진입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철수로 확보한 역량을 가전 구독, AI 반도체 기판, 차량용 OLED, 그리고 글로벌 항암 신약 등 고부가가치에 집중하며 그룹의 체급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진단이다.
특히 글로벌 위기 속에서 LG 전 계열사가 거두고 있는 성적은 외부 환경의 파고를 넘어서 기업 스스로의 체력과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도달한 지속 가능한 성장 지표가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인화라는 틀을 깨고 혁신을 이뤄낸 구광모 회장의 뚝심은, 결국 기업이 스스로의 본질에 집중할 때 어디까지 도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재계의 가장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