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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손톱만한 펠릿 하나가 1800kWh…'원전의 심장' 만드는 한전원자력연료를 가다

입력 2026-06-30 11:09:51 | 수정 2026-06-30 11:12:05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하루 24시간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를 움직이는 ‘원전의 심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 대전 유성구 덕진동 한전원자력연료 본사를 찾았다.

대전 유성구 덕진동에 자리한 한전원자력연료 본사./자료사진=한전원자력연료


원자력연료의 국산화와 기술 자립을 위해 1982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원자력연료 설계·제조·서비스 전문회사인 한전원자력연료 생산시설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출입증 확인과 보안 검색 등을 거쳐야 했다. 생산구역은 촬영도 제한됐다. 국가중요시설이자 국가안보시설인 만큼 보안은 일반 제조공장과는 차원이 달랐다.

생산라인 안으로 들어서자 자동화 설비가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손톱 한 마디 크기의 회색 원통. 높이 약 1㎝, 지름 0.8㎝, 무게 5.2g의 우라늄 소결체(Pellet)였다.

작지만 에너지는 거대했다. 이 소결체 하나가 생산하는 전력은 약 1800kWh. 소결체 357개가 길이 약 4.5m의 연료봉 하나를 이루고, 다시 연료봉 236개가 조립돼 하나의 원자력연료 집합체가 완성된다고 한다. 

완성된 집합체는 원자로 안에서 약 4년 6개월 동안 연소하며 약 1억6000만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약 5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손톱만 한 우라늄이 '원전의 심장'으로 태어나다

원자력 관련 물질인 펠릿(경수로용, 실물 길이 1cm, 지름 약 0.8cm)./자료사진=한전원자력연료



공정은 중요도만큼 정교했다. 이산화우라늄 분말은 압축과 성형을 거쳐 약 1750℃의 고온에서 10시간 이상 소결된다. 이후 치수와 밀도를 맞추기 위한 연삭 공정을 거친 뒤 자동화 설비를 통해 피복관 안으로 장입된다.

피복관 역시 원자로 내부의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핵심부품이다. 중성자는 통과시키면서도 높은 온도와 압력, 부식을 견딜 수 있는 지르코늄 합금으로 제작된다.

연료봉 제조공정에서는 소결체를 장입한 뒤 헬륨가스를 충전하고 양 끝을 정밀 용접한다. 공정을 거쳐 제조된 모든 연료봉에는 고유 바코드가 부여돼 생산부터 원전 운전까지 전 과정이 추적 관리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품질관리였다. 여러 공정을 거쳐 생산된 연료봉은 샘플검사가 아닌 전수검사를 거친다. 먼저 X-ray 비파괴검사로 내부 상태를 확인하고, 헬륨 누설검사를 통해 용접부의 기밀성을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작업자가 직접 외관을 확인해 미세한 흠집이나 오염 여부까지 검사한다. 집합체 조립 이후에도 직진도와 휨, 외관 등을 다시 검사한 뒤에야 출하가 가능하다.

원자력연료는 제조가 끝난 뒤에도 엄격하게 관리된다. 집합체 두 다발이 들어가는 전용 운반 용기는 빈 무게만 2.2톤이다.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으며 경찰 호송 아래 원전까지 운송된다. 1989년 운송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운송 과정에서 사고는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장을 둘러본 뒤에야 왜 이곳이 국가중요시설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원자력연료는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라 국가 전력공급의 출발점이자 원전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핵심 설비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연료 주기./자료=한전원자력연료


경수로용 연료집합체(실물 길이 4.5m, 가로·세로 약 20cm)/자료사진=한전원자력연료



국내 유일 원자력연료 전문기업…40여 년 기술 자립의 결실

이처럼 대한민국 원전에 공급되는 원자력연료를 책임지는 곳이 바로 한전원자력연료다. 원자력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핵심 구성품이며, 원전은 원자로 안에서 발생한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원자력연료는 국내 경수로와 중수로 원전에 필요한 원자력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원전 운전 조건에 맞는 원자로심설계와 안전해석, 원자력연료 관련 서비스까지 수행하며 원자력연료 전주기를 책임지고 있다.

현재 국내 경수로 23기와 중수로 3기, UAE 바라카 원전 3기에 원자력연료를 공급하고 있으며, 독자 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원자력연료(HIPER16)를 상용화했다. 사고저항성연료(ATF) 개발과 소형모듈원전(SMR) 연료 연구도 추진하며 차세대 원전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해외 매출 비중은 30%에 육박했으며, 2025년에는 ‘3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사업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정창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원자력연료의 품질을 AI 시대 핵심 반도체인 HBM에 비유하며 제조 경쟁력을 설명했다./자료사진=한전원자력연료


정창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원자력연료의 품질을 AI 시대 핵심 반도체인 HBM에 비유하며 제조 경쟁력을 설명했다.

정 사장은 “HBM은 초고순도의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 수백 개 공정을 거치는데, 원자력연료도 다르지 않다”며 “5.2g짜리 펠릿 하나가 약 1800kWh의 전력을 생산하지만 원자로 한 기에는 약 2000만 개의 펠릿이 장전된다. 이 수천만 개가 발전기간 동안 단 하나의 손상도 없이 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품질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5년간 해외사업이 크게 성장해 매출의 30% 가까이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며 “공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인 만큼 앞으로도 국내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MR·AI로 미래 준비…‘원자력연료 전주기 파트너’ 도약

한전원자력연료는 제조기업을 넘어 미래 원전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도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내 i-SMR 개발사업에 참여해 연료와 노심설계를 함께 수행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다양한 노형 개발사와 협력해 연료를 공급하는 ‘파운드리’ 방식과 공동 설계 방식 등을 병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정 사장은 “SMR은 기존 대형원전과 달리 무붕산 운전 등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연료 설계와 노심설계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2035년 이후 본격 확대될 SMR 시장에 대비해 관련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제조혁신도 본격화한다. 신규 제조시설을 AI 기반 스마트팩토리로 구축해 공정 최적화와 품질관리, 설비 예지보전 등을 구현하는 ‘AI 제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무결점·무탄소·무사고를 지향하는 ‘3무(無) 제조’ 체계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사고저항성 연료 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최재돈 기술본부장은 “연료봉과 집합체 단위 연소시험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2029년 성능평가를 거쳐 2031년 인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피복관 크롬 코팅과 소결체 도핑 등 핵심기술은 모두 독자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한전원자력연료 관계자가 우라늄 소결체 집합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자료사진=한전원자력연료



정 사장은 “한전원자력연료는 단순히 연료를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와 원전 산업 경쟁력을 책임지는 기업”이라며 “품질을 최우선으로 국내 원전의 안정적인 연료 공급은 물론, SMR과 사고저항성연료 등 차세대 기술개발과 글로벌시장 확대를 통해 ‘원자력연료 전주기 파트너’로 도약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소유한 재변환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 분야를 확장해 관련 사업 분야를 넓히는 부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한미 원자력협정하고 논의되는 제철이라든가 농축 원자력 잠수함의 연료 잠수함 핵연료 등 사업의 다각화 역량을 갖춰나간다는 계획이다.

손톱만 한 우라늄 소결체 하나가 수많은 공정과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쳐 ‘원전의 심장’으로 완성되는 곳. 자동화 설비가 쉼 없이 움직이는 생산라인에서는 오늘도 대한민국의 안정적이고 밀도 높은 전력 공급과 세계 원전시장을 향한 경쟁력이 차곡차곡 만들어지고 있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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