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의 인력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완화되면서 구인난에 다소 숨통이 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동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며 기업들이 향후 채용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어 하반기 고용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용노동부가 30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구인인원은 146만4000명, 채용 인원은 136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4.6%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로 붐을 이룬 보건·복지 서비스업(+2만6000명)과 기저효과로 숨통이 트인 건설업(+1만2000명)이 구인·채용 시장을 주도했다. 반면 내수 불황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9000명)과 숙박·음식점업(-4000명)은 구인 규모가 축소됐다.
노동시장 인력 수급 효율성을 보여주는 미충원인원은 9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1만3000명) 감소했다. 미충원인원이 1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로 조사를 확대한 2021년 이후 최초다.
구인 인원 중 미충원 인원 비율인 미충원율도 역대 최저치인 6.5%까지 내려앉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과거 20%에 육박했던 미충원율이 안정된 것은 노동시장 내 정보 불균형과 인력 미스매치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바라보는 향후 경기 전망이다. 현재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당장 더 필요한 인력을 뜻하는 '부족 인원'은 지난 4월 1일 기준 46만7000명으로 지난해와 유사했으나, 올해 2~3분기(4~9월) 기업들의 '향후 채용계획인원'은 4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000명)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채용계획인원은 미래 유동성을 감안해 당장 부족한 인원보다 많게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채용계획인원이 부족인원보다 적은 '역전 현상'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관측됐다. 이 관계자는 "중동 전쟁 등 향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미래 채용 계획을 극도로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전체 미충원 인원의 86.2%(8만2000명)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몰렸다. 직종별로는 금속·재료 생산직(25.3%), 화학·환경 생산직(18.4%), 정보통신(IT) 연구개발직(16.2%) 등 현장 제조업과 신산업 분야의 미충원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경력직 부족'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비중인 25.8%가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학력·자격 미달(18.5%), 임금 등 근로조건 불일치(18.1%)가 뒤를 이었다. 과거에는 '근로조건 불일치'가 부동의 1위였으나, 최근 기업들이 즉시 전력감을 선호하면서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찾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인력부족 해소를 위해 주로 '채용비용 증액 및 구인방법 다양화'(68.4%)에 중점을 뒀다. 경기 악화 우려로 인해 '임금 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28.6%)을 선택한 비율은 예년(30% 중반)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조사에서는 대기업의 고용 절벽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채용계획인원은 412만 명으로 1.2%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300인 이상 대기업의 채용계획은 4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7.0% 급감했다. 구직 선호도가 가장 높은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의 문을 걸어 잠그면서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 한파는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업종별·규모별 격차는 임금 양극화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대기업 중심으로 거론되는 성과급 목표 달성 여부와 관련해 "현재 논의되는 성과급 지급 기조가 하반기 임금 지표에 반영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