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롯데 그룹의 전사적 인공지능 전환(AX)이 구체화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AX 전면에 나서면서 일하는 방식부터 의사결정,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AI 도입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롯데이노베이트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로이’가 세븐일레븐 미래형 매장 ‘AX LAB 3.0’에서 고객 응대와 매장 안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사진=롯데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연말까지 그룹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에이전트 실무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직원 모두가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보고서 작성과 데이터 분석, 정보 조사, 회의록 정리와 같은 반복 업무는 AI가 수행하고, 임직원은 창의성이 필요하거나 중요도가 높은 업무에 집중하는 업무 환경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AX 추진의 선봉 자리에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섰다. 앞서 신 회장은 롯데가 계열사 CEO 총 5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CEO AI 아카데미’에 직접 참여했다. 신 회장은 교육 전 과정에 참석해 AI 기술 동향을 학습했으며, 바이브 코딩(자연어로 요구 사항을 입력하면 AI가 코드를 구현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작하고 AI 에이전트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AI 시대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경영진의 이해와 실행력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신 회장의 판단이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AX는 선택이 아닌 그룹의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그룹이 AX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CEO가 최전선에 나서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CEO에 이어 전 임직원으로 AI 교육을 확대함으로써, 조직 전체에 AX를 추진한다. AI를 활용하는 업무 환경 구축을 위해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전사적으로 도입하며, AI를 일부 조직이나 특정 직무의 도구가 아닌 전 임직원이 활용하는 업무 인프라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AI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사진=롯데 제공
신 회장은 올해 초부터 전사적인 AI 활용 확대를 강조해 왔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 5년, 10년 뒤의 변화를 예상하여 우리의 전략과 업무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강력한 도구인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하고, 그 잠재력을 활용해 변화를 선도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실제로 롯데 그룹의 AX는 고객과 만나는 현장과 산업 현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AI 기반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도입해 외국인 고객과 직원 간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독일어, 태국어 등 총 13개 언어의 실시간 통역 안내를 제공한다. 롯데마트는 AI 기반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신선식품 선별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비파괴 당도선별기에 딥러닝 기반 분석 기능을 결합해 선별 정확도를 높였으며, 세부 품질 요소까지 정밀하게 선별해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는 자사몰과 챗GPT를 연결했다. '인기 과자'나 '6개월 아이가 마실 수 있는 음료' 등 고객 질문에 대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고, 이벤트 정보와 구매 링크까지 제공한다. AI가 취향과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식품 쇼핑 경험도 제안한다. 롯데온은 고객 취향과 상황을 이해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패션AI’ 기능을 앱에 탑재했다. '휴양지 원피스'나 '출근용 블라우스' 등 키워드를 입력하면 스타일과 TPO를 반영해 상품을 추천하고, 소재별 세탁법과 관리 요령까지 함께 안내한다.
건설 현장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AI기반 다국어 번역 솔루션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와의 안전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 전문 용어와 작업 환경을 반영한 AI 번역 모델을 구축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를 비롯해 20개 언어를 지원한다.
챗GPT와의 자연어 대화를 통해 롯데웰푸드 앱을 실행한 모습./사진=롯데웰푸드 제공
롯데는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환경에서 활용하는 ‘두뇌’라면, 피지컬 AI는 이를 바탕으로 현실 공간에서 직접 행동하는 ‘몸’에 해당한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Aimember)’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로이(ROI)'를 선보였다. 로이는 고객 응대와 상품 안내,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롯데는 로이를 다양한 현장에 투입해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로이는 세븐일레븐 미래형 매장 ‘AX LAB 3.0’에서 고객 응대와 매장 안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2026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에서는 일부 구간 계단을 직접 오르며 균형 제어와 환경 인지 기술을 검증했으며, 참가자 안내와 기념 촬영 등 행사 운영에도 참여했다. 롯데는 향후 유통과 물류, 서비스 현장을 중심으로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이를 그룹 내 다양한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면, 피지컬 AI는 산업 현장의 모습 자체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를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며 AX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하고, AI가 실제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는 방침"이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