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게임 앱마켓 운영 방식에 대해 또다시 칼을 빼 들면서 국내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는 구글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반기면서도 이번 제재가 국내 앱마켓 생태계와 인앱결제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가 구글의 앱마켓 운영 방식이 독점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업계 변화가 예상된다./사진=제미나이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일 구글 LLC와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코리아 등 3개 법인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쟁점은 구글이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 운영한 GVP계약이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허그'로도 불리는 해당 프로그램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최혜대우 계약으로 경쟁 앱마켓 차단…최대 8496억 원 과징금
공정위에 따르면 GVP는 국내외 게임사 22곳과 체결됐다. 국내에서는 엔씨와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가 참여했고 해외에서는 라이엇게임즈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킹 등 글로벌 게임사들이 포함됐다.
구글은 게임사들에 클라우드와 구글애즈, 유튜브 서비스 이용 비용 등을 지원하는 대신 신작 게임을 출시할 때 다른 앱마켓보다 구글 플레이에서 동일하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서비스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시 시기와 콘텐츠 품질, 이용자 혜택 등을 경쟁 앱마켓보다 불리하지 않게 제공하도록 하는 이른바 최혜대우(MFN) 조항이 계약의 주요 골자다.
특히 구글 플레이에서 발생한 매출이 늘어날수록 지원금 규모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를 적용해 게임사들이 원스토어 등 경쟁 앱마켓으로 매출을 분산할 유인을 구조적으로 차단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는 이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따른 사업활동 방해와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규모는 2023년 공정위가 구글에 부과한 421억 원의 과징금보다 훨씬 크다. 당시에는 원스토어 미입점을 조건으로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한 행위가 문제였다면 이번 사건은 위반 기간이 약 6년 9개월에 달하고 안드로이드 앱마켓 관련 매출액도 약 14조1600억 원으로 산정됐다. 이에 따라 위반이 인정될 경우 법정 상한인 최대 8496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더욱이 구글은 2023년 동일한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어 재위반에 따른 가중 요소도 검토 대상이다. 다만 공정위는 가중이 적용되더라도 과징금은 법정 상한을 넘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는 안도, 소비자는 환급 요구…앱마켓 경쟁 변수로
국내 게임업계는 대체로 이번 공정위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GVP 계약에 참여했던 국내 게임사들이 피심인에서 제외되고 구글만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심의가 인앱결제 중심의 앱마켓 구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요 게임사들이 PC 결제와 웹 기반 외부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며 앱마켓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공정위 제재가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보다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지난 2일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며 독점 구조 속에서 발생한 인앱결제 비용을 소비자에게 환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공동으로 참여해 미국 연방법원 재판에서 제기된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원가 관련 내용 등을 근거로 소비자 피해 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반복된 제재에도 구글 플레이 중심의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구글은 2023년에도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국내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원스토어 역시 출범 이후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경쟁 구도를 회복하지 못했다.
향후 구글은 심사보고서 수령 후 약 2개월 동안 서면 의견을 제출하며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후 공정위는 구글 측 의견을 검토한 뒤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과징금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과징금 규모보다 앱마켓 시장의 공정 경쟁 질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국내 게임사들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