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삼성전자가 8세대 폴더블폰에서 새로운 폼팩터를 앞세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진입이 가시화되고 메모리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고부가 제품 라인업과 공급망 대응력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에서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라인업을 공개한다. 기존 갤럭시 Z 폴드와 Z 플립에 더해 가로 폭을 넓힌 ‘와이드형’ 폴더블 신제품을 추가하며 폴더블 제품군을 세분화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티저 영상에도 이 같은 방향성이 담겼다. 영상에는 길쭉한 초콜릿을 부러뜨리거나 스티커 사진 윗부분을 잘라내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존 폴드보다 가로 폭을 넓힌 새로운 화면비를 암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폴더블 전략은 대화면 생산성을 강조한 폴드와 휴대성을 앞세운 플립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번 와이드형 모델은 화면비와 사용 경험을 세분화한 선택지로 해석된다. 펼쳤을 때 4대3에 가까운 비율을 적용해 웹브라우징, 영상 감상, 멀티태스킹 등에서 태블릿에 가까운 사용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라인업을 넓히는 배경에는 애플의 폴더블 시장 진입을 앞두고 제품 선택지를 선제적으로 넓히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르면 오는 9월 첫 폴더블 아이폰으로 알려진 ‘아이폰 울트라’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공급업체들에 약 1000만 대 규모의 폴더블 아이폰 생산 준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참전은 폴더블폰 시장 확대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첫 제품인 만큼 초기 물량과 실제 출하 일정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공급망 분석가들을 중심으로는 아이폰 울트라가 9월 공개되더라도 실제 판매나 출하가 늦어지고, 출시 초반에는 품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상 가격은 2300~2500달러 안팎으로 거론되며 고용량 모델은 더 높은 가격대가 예상된다.
폴더블폰이 초프리미엄 시장으로 부상하는 사이 가격 변수도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급도 빠듯해졌다. AI 서버용 메모리에 생산 역량이 집중되면서 모바일·PC용 범용 메모리 가격이 오르고, 이는 스마트폰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원가 압박은 AI폰 경쟁과 맞물리며 더 커지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AI 기능 강화를 위해 더 많은 메모리와 저장공간을 탑재해야 하지만 핵심 부품 가격은 빠르게 오르는 상황이다. 온디바이스 AI와 AI 에이전트 기능이 확대될수록 기기 내부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연산 부담도 커진다. 메모리 사양을 낮추기 어려운 만큼 고용량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올해 출하 목표를 낮추고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지만 부품 가격 상승과 공급난이 겹치면서 물량 확대 전략에 부담을 받고 있다. 저가·중가 시장에서도 원가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브랜드 충성도와 가격 방어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 AI폰 경쟁, 화면비·공급망·패널 생태계로 확장
이 같은 시장 환경은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을 7세대에 걸쳐 주도해온 데다 메모리, 디스플레이, 완제품을 모두 아우르는 그룹 내 공급망 기반을 갖추고 있다. 부품 가격 상승 국면에서 안정적인 조달 능력과 프리미엄 제품 설계 역량을 동시에 확보한 사업자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다.
폴더블폰의 제품 가치도 AI 확산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이 이메일 작성, 문서 편집, 정보 비교, 일정 관리 등으로 넓어지면서 사용자가 결과물을 확인하고 여러 앱을 오가는 화면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대화면과 멀티태스킹 경험을 제공하는 북형 폴더블은 AI폰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명확한 사용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가 와이드형 폴더블인 것으로 풀이된다. 펼쳤을 때 콘텐츠와 작업 화면을 더 자연스럽게 배치할 수 있어 영상 시청과 웹브라우징뿐 아니라 문서 확인, AI 결과물 검토, 다중 앱 활용 등 생산성 영역에서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제품 완성도 측면에서는 카메라와 배터리, 두께의 균형도 관전 포인트다. 고가 폴더블폰일수록 바형 플래그십에 준하는 카메라 성능과 충분한 배터리 사용 시간이 요구된다. 반면 S펜 수납이나 과도한 하드웨어 추가는 두께와 무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모델별 성능과 휴대성 배분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완제품 경쟁과 함께 부품 생태계의 수혜 차원에서 삼성디스플레이도 주목된다.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시장 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고난도 폴더블 OLED 패널 수요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폴더블폰뿐 아니라 애플 폴더블 제품의 핵심 공급망으로도 거론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 참전이 폴더블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애플이 첫 폴더블 제품부터 초프리미엄 가격대와 대규모 생산 목표를 제시할 경우 폴더블폰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앱 생태계 대응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먼저 쌓아온 폴더블 기술과 제품 경험이 다시 부각될 여지도 크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애플의 폴더블 진입으로 경쟁이 거세지는 것은 맞지만, 폴더블폰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핵심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AI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넓은 화면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려는 수요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 시장 역시 이러한 사용 경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