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확정하고 속도전을 선언하면서 토목 및 인프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대규모 전력·용수 기반 시설 확충이 필수적인 만큼 HD건설기계, 두산밥캣 등 국내 건설기계 업계가 내수 수주 확대를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군공항 826만 ㎡(250만 평) 부지에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새로 조성되는 산업단지 부지는 대규모 국유지로서 이미 평탄화 작업이 완료돼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거론된다.
HD건설기계의 80톤급 초대형굴착기./사진=HD건설기계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행정절차 지연으로 투자 집행이 늦어지면 안 된다며 신속한 행정을 거듭 지시했다. 반도체 사업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기반 시설을 선제적으로 확충하고 도로·공항·항만 연계 물류망을 구축할 것도 함께 주문했다.
대규모 기반 시설 공사가 예고되면서 국내 건설기계 업계는 내수 수주 물량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부지 조성 초기 단계에서는 HD건설기계가 주력하는 대형 굴착기와 휠로더 등 대규모 토목 장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전력망 연계를 위한 송배전 시설 구축이나 용수 관로 매설, 도로 포장 등 세밀한 인프라 공정으로 넘어가면 두산밥캣의 컴팩트(소형) 건설 장비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는 이번 메가 클러스터의 인프라 공사 규모를 예의주시하며 장비 라인업 점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상황에서 다양한 장비가 투입될 수 있는 B2B 시장이 열린 만큼 향후 선제적인 영업망 구축이 수주 성과를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 인허가 단축 등 행정 총력전…장비 투입 시기 당겨지나
건설기계 업계가 주목하는 요소는 정부의 파격적인 행정 지원에 따른 장비 투입 시기의 단축 여부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고 이른바 알박기 방지를 위해 토지 협의와 강제 수용을 병행 추진하는 등 부처를 총동원한 지원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 역시 "누가 더 빠르냐로 결판난다"며 인허가와 부지 확보 지연이 경쟁력 확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용인 산단 사례를 언급하며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절차를 동시 추진할 것을 지시한 점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행정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경우 건설기계 업계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이른 시점에 현장에 장비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인프라 착공 일정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수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딜러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행정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경우 단기간에 폭증할 수 있는 장비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하는 것이 내수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얽힌 이해관계 셈법…환경 딜레마 변수 부상
다만 정부의 강도 높은 속도전 이면에는 환경 및 지역 단체와의 얽힌 갈등이라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반도체가 전력과 물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자원 흡수형 산업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환경영향평가 단축이 곧 환경 검토 기회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부지 문제와 관련한 지역 사회의 셈법도 풀어야 할 과제다. 무안국제공항으로 군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전투기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현지 군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 등 다방면의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충돌하며 갈등이 격화될 경우, 정부가 공언한 인프라 착공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곧 건설기계 업계가 기대하는 장비 투입 특수 효과가 반감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에서는 향후 진행 상황과 리스크를 신중하게 주시하고 있다.
건설기계 업계 관계자는 "신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시공사나 렌털 업체들의 장비 발주가 이뤄지면 한국 영업 부문에서도 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수천억 원 단위의 대규모 장비 매출이 단번에 발생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내수 실적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