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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쏘아 올린 ‘메모리 쇼크’… 하반기 스마트폰 가격 도미노 인상 예고

입력 2026-07-08 09:49:20 | 수정 2026-07-08 10:43:46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의 불씨가 스마트폰 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라인이 집중되면서, 일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D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이 같은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향후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한 주요 제조사들의 제조원가 압박과 그로 인한 소비자 가격 인상 추세는 하반기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갤럭시 A37 5G'를 소개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 "메모리 값이 스마트폰 가격 흔든다"… 경고등 켠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반도체 가격 폭등이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40~50%씩 수직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도 20% 안팎의 추가 상승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트너 역시 연말까지 D램과 SSD 합산 가격이 최대 13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 여파로 스마트폰 가격은 13%, PC 가격은 17%가량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 위축 속에서도 판매가는 동반 상승하는 관측된다.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2.2% 감소하겠지만, 제품 평균 판매 가격(ASP)은 지난해 467달러에서 올해 565달러로 오히려 21%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 역시 올해 1분기 범용 D램(90~95%)과 낸드플래시(55~60%)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제조사들이 가파라진 모바일 D램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3분기에도 완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가격 동결' 깨진 삼성·애플… 중국 가성비 폰마저 줄인상

부품값 폭등이 임계점에 달하자 그간 가격 인상을 자제해 오던 글로벌 기업들도 백기를 들고 잇는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면 전자제품 가격이 떨어진다는 공식도 무색해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해 소니, 샤오미, HP, 델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들어 일제히 출고가를 인상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선보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가격을 올리며 지난 2023년부터 지켜온 가격 동결 기조를 깼다. 심지어 지난 4월에는 이미 시장에 출시돼 판매 중이던 갤럭시 Z 폴드7과 플립7(512GB) 모델의 가격을 9만4600원씩 인상하기도 했다. 출시된 지 1년이 채 안 된 제품의 가격을 올린 것은 2022년 갤럭시탭 S8 시리즈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강력한 서비스 생태계를 바탕으로 높은 마진을 유지해 온 애플마저 원가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애플은 지난 6월 맥북과 아이패드 출고가를 모델별로 100달러에서 최대 300달러까지 전격 인상했다. 맥북 네오 기본형은 699달러로, 맥북 에어 512GB와 맥북 프로 1TB는 각각 1299달러, 1999달러로 올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현 반도체 공급난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하며, 단기간 내 이례적인 부품값 폭등으로 인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중국 가성비 브랜드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비보 'X300'과 오포 'Find X9'이 전작 대비 각각 100~300위안, 200~300위안 올랐고, 리얼미 'GT8'은 최대 500위안 비싸졌다. 샤오미의 대표 저가 라인업인 레드미 K90 시리즈 역시 이전 세대보다 약 100위안 인상됐다.

◆ 1970년대 오일쇼크 연상시키는 '메모리 쇼크'… 2027년까지 장기화 우려

이처럼 반도체발 물가 상승이 도미노처럼 번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전 산업군에 반도체가 필수로 탑재되는 만큼, AI 인프라 투자 과열이 촉발한 부품값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1970년대 세계 경제를 강타한 오일쇼크에 빗대어 이를 '메모리 쇼크'로 부르기 시작했다. 일각의 수요 정점론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 상반기 대비 상승 폭은 완화되겠지만 공급 부족의 본질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메모리 강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며, 생산 라인 증설 효과가 나타나는 2027년 말에나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관측했다.

IDC와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기관들도 수급 여파가 2027년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과잉 공급으로 혹독한 침체기를 겪었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보수적인 설비투자 속도 조절 전략을 고수하며 가격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원가 비중 14%→40% 폭등… 베일 벗는 '갤럭시 Z 폴드8' 가격에 이목 집중

제조사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는 또 있다. 원가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뛰고 있지만, 본격적인 에이전트 AI(Agentic AI)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의 메모리 탑재량을 함부로 줄일 수 없어서다. KB증권은 AI 에이전트 성능이 곧 모바일 기기의 핵심 경쟁력이 되면서 고용량 메모리 탑재가 필수가 됐다고 짚었다.

실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800달러 안팎의 스마트폰 제조원가 중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4%에서 최근 40%까지 치솟았다. 동일 모델 기준으로 D램과 낸드 비용이 63달러에서 291달러로 4.6배 폭등한 것이다. 인상분을 판매가에 전액 반영하면 소비 심리가 얼어붙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마진 축소를 감내하며 고육지책으로 가격을 매기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7월 22일 공개를 앞둔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의 출고가 책정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와 AI 기능 고도화 요인까지 맞물려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 출시 기준 기본 모델은 전작과 동일한 1999달러(약 295만 원) 선에서 사수하더라도, 고용량 옵션 모델의 인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외신과 국내외 IT 팁스터들은 글로벌 유통 채널을 인용해 이번 갤럭시 Z 폴드8·플립8 시리즈의 연쇄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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