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글로벌 IT 역사상 애플·엔비디아에 버금가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그러나 초유의 실적 호조와 증시의 흐름은 엇박자를 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비중 축소'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외인 매도세가 쏟아졌고, 코스피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증시 변동성이 극에 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미국 시애틀로 출국하기 위해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지난 7일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차 출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행보와 향후 가시화될 추가 수주 공시가 시장의 우려를 깰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실적 정점 지났다?… "'토탈 턴키' 수주 공시가 돌파구"
과거 2021년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로 반도체 하락장을 예견했던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중심의 상승장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실적 추정치 상향 속도가 둔화된 것 자체가 고점 신호라는 주장이다.
특히 메타가 잉여 AI 컴퓨팅 용량을 외부 판매하기 시작한 점을 들어, 초대형 데이터센터 기업(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지목했다. 주도주가 반도체 제조사에서 알파벳, 아마존 등 AI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국내 증권가와 외신 등에서는 모건스탠리의 경고가 단기적인 투자 심리 위축을 가져올 순 있지만, 시장의 근본적인 판도 변화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칩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모색 중이다. 최근 메타가 자체 AI 칩 개발 외에도 구글 TPU 도입을 검토하는 등 외부 협력을 넓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물량을 도맡아 소화해 온 TSMC의 생산 능력 포화 문제는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서도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공정 다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4(6세대)부터 ‘고객사 맞춤형(Custom)’으로 바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설계를 모두 내재화해 '토탈 턴키(종합 패키지) 서비스'가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다. 아직 구체적인 수주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빅테크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 속에서 삼성의 이 같은 턴키 역량이 하반기 시장의 피크아웃 우려를 잠재울 카드로 거론되는 이유다.
◆ '억만장자 사교클럽' 선밸리서 찾는 미래 보증수표
업계에서는 이러한 하반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실질적인 무대가 바로 이 회장이 찾은 '선밸리 콘퍼런스'라고 보고 있다.
이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7월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하는 비공개 사교 행사로, 전 세계 IT·미디어·금융계 거물들만 초청받아 '억만장자들의 여름 캠프'로 불린다. 공식 계약 체결보다는 CEO 간 신뢰를 쌓으며 업계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상무 시절이던 2002년부터 이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글로벌 경영 네트워크를 다져왔다. 과거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애플의 팀 쿡 등과 이곳에서 교류하며 파트너십을 다진 바 있다. 사법 리스크 등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으나 지난해 복귀한 데 이어 올해도 참석 도장을 찍으며 현장 영업 전면에 나섰다.
올해 행사에는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앞서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제조사 대신 주도주가 될 것이라 지목한 'AI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러' 수장들이 모두 모이는 셈이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이들 빅테크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갖고 삼성의 2나노 첨단 파운드리 공정 수주와 HBM4 공동 개발을 직접 타진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출장 직후인 7~8월 중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 진입이나 대규모 추가 수주 소식이 공식 공시로 가시화된다면, 외인의 매도세를 돌려세우고 하반기 주가 모멘텀을 이어가는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