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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반도체' 업계 훈풍에도…건설채는 여전히 '개점휴업'

입력 2026-07-10 09:55:34 | 수정 2026-07-10 09:55:23
박소윤 기자 | xxoyoon@daum.net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사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 발길을 끊고 있다. 한때 핵심적인 유동성 창구였던 공모채 대신 전환사채(CB), 신종자본증권, 자산유동화증권(ABS), 은행 차입 등으로 조달 전략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높아진 금리 부담과 미매각 공포 속에 우량사들마저 대체 조달에 나서면서 건설채 시장은 좀처럼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공모 회사채 대신 전환사채(CB), 자산유동화증권(ABS), 은행 차입 등 대체 조달 수단으로 눈을 돌리면서 공모채 시장에서 발길을 끊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CB·ABS·은행 대출로 눈 돌리는 건설사들…달라진 조달 공식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을 비롯해 롯데건설, 금호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잇달아 대규모 자금을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50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고, 롯데건설은 ABS를, 금호건설은 후순위사채(신종자본증권)를 각각 활용했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찍어냈지만, 공모 회사채를 택한 건설사는 없었다. 투자 심리 약화에 따른 미매각 우려와 비용 부담이 맞물리면서 조달 전략을 재편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지난해와 비교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당시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HL D&I한라, 롯데건설 등이 연이어 공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기관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오버부킹을 기록하며 모집액을 증액하는 사례도 다수 나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건설채 발행 규모는 약 63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320억 원) 대비 약 39% 급감했다.

올해 들어 공모채 시장을 찾은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사실상 전부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3300억 원 규모 녹색채권을, SK에코플랜트는 2월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마무리했다. 

반면 차환 수요는 적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10대 건설사가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2조 원을 웃돈다. 현대건설이 50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SK에코플랜트 4910억 원 △롯데건설 4311억 원 △삼성물산 3300억 원 △DL이앤씨 2150억 원 △대우건설 1257억 원 △포스코이앤씨 1057억 원 등 만기가 예정돼 있다.

◆ 업황 부진 장기화에 높아진 경계감…건설채 투심 '찬바람'

건설채가 자취를 감춘 배경에는 건설업을 향한 투자심리 위축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 공사비 상승 등으로 건설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온 우량사들까지 대체 조달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비우량사들은 공모채 발행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미매각 위험이 커지는 데다,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오려면 다른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 경우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 공모채 발행의 실익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흥행에 성공했던 HL D&I한라(BBB+)도 올해는 차환 방식을 틀었다. 지난 19일 하나은행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에피트하나제이차'와 300억 원 한도의 대출약정을 체결, 은행권을 통한 차환을 결정했다. 올 1분기 호실적과 역대 최대 수준의 수주잔고를 쌓아뒀음에도 만기가 도래한 공모 회사채를 은행 대출로 대응하는 셈이다. 공모채 발행 시 책임져야 하는 이자 수준보다 은행 차입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피트하나제이차는 HL D&I한라가 발행한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고, 하나은행은 매입보장과 신용공여(A1)를 제공했다. HL D&I한라는 이달 '제149-2회 무보증 공모사채' 210억 원의 만기가 다가온다.

◆ 얼어붙은 채권시장…증시 강세에 투자자금 '머니무브'

현재 공모채 시장 전반도 얼어붙은 상태다. 기준금리 부담과 분기 말 수급 경계감이 겹치면서 크레디트 시장의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마이너스 4조9287억 원을 기록했다. 새로 발행된 금액보다 상환액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올해는 주식시장이 급격한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겨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회사채 수요가 약화됐고, 기업들은 상황을 살피면서 발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글로벌 정세가 비교적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온기는 쉽사리 돌지 않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회사채 시장은 초우량주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되지만, 건설채가 다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라며 "대다수 건설사들은 공모채 의존도를 낮추고 조달 방식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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