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와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대규모 공급 과잉으로 업계 전반의 구조적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고부가가치 소재와 ESG 중심의 밸류체인 고도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단순한 양적 팽창 위주의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전기차 등 미래 전방 산업의 시장 구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차별화된 수익 방어력을 입증해 나가는 양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해진 범용 시장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기능성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핵심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범용 고무 시장의 치열한 단가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높은 기술 장벽과 안정적인 마진을 보장하는 고부가가치 생태계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 미래 모빌리티 정조준…SSBR 중심 밸류체인 고도화
돋보이는 체질 개선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 구조 변화에 맞춘 차세대 타이어 소재 밸류체인의 공격적인 확장이다. 배터리 탑재로 인해 내연기관차 대비 중량이 무겁고 잦은 가속과 제동이 발생하는 전기차 생태계에서는 타이어의 마모성, 연비, 내구성이라는 상충 요소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소재 기술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처럼 완성차 및 타이어 제조사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까다롭게 요구하는 고기능성 원료 시장을 선제적으로 점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금호석유화학은 선제적인 자본지출(CAPEX)을 단행해 지난해 연간 3만5000톤 규모의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 고무(SSBR) 설비 증설을 완료했다. SSBR은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면서도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고기능성 친환경 합성고무다. 올해 1분기부터 해당 증설 설비가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돌입함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용 고부가 소재 라인업을 한층 두텁게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의 이 같은 스페셜티 전환이 구조적 불황을 견뎌낼 강력한 원가 방어 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범용 합성고무가 원재료 가격 변동과 글로벌 수급에 크게 휘둘리는 반면 SSBR과 같은 특수 소재는 고객사와의 장기적인 맞춤형 연구개발(R&D)을 통해 공급 단가를 방어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고부가 소재 수요가 꾸준히 우상향하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스페셜티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 수익성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 저탄소 인증부터 친환경 건축까지…지속가능한 ESG 생태계 확장
석유화학 본업의 질적 고도화와 더불어 친환경 중심의 비재무적 가치를 창출하는 ESG 경영 행보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자본 시장과 주요 투자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탄소중립' 기조에 발맞춰 제품 생산 공정 전반에 걸친 친환경 밸류체인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친환경 포트폴리오 자체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고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시장 역학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프리미엄 건자재 브랜드 '휴그린'을 필두로 한 친환경 건축 자재 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금호석유화학은 기능성 심재준불연 단열 소재인 PF보드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친환경 건자재 밸류체인을 확장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우수한 단열 성능을 바탕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심재 부문에서 저탄소 인증 등 까다로운 각종 환경 인증을 연이어 획득하며 저탄소 체제 전환을 강하게 요구하는 건설 업계의 수요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나아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및 바이오 실리카 등 친환경 원료를 기존 타이어 고무 생산에 접목하려는 연구개발도 지속해서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화석 연료 기반의 밸류체인을 친환경 원료 중심으로 서서히 대체함으로써, 장기적인 환경 규제 리스크를 덜어내고 지속가능한 ESG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고부가 소재 중심의 사업 재편과 ESG 중심의 친환경 전략이 맞물리며 금호석유화학의 장기적인 생존 기반이 한층 견고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공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극심해진 환경 속에서, 단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생존 시나리오는 결국 대체 불가능한 스페셜티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시황 변동에 흔들리기보다는 기술 고도화와 친환경 고객 가치 창출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구조적인 턴어라운드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