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해 하반기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하도급대금 지급 관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결제 비율은 84.71%, 현금성 결제 비율은 98.35%에 달했고, 지급 대금의 86.41%는 법정기한(60일)의 절반 수준인 30일 안에 지급됐다.
하지만 기업집단 별로 들여다보면 결제 방식과 지급 시기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확인된다.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거래처를 선택하거나 협상할 때 참고할 만한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대금 반기별 주요 공시 결과 비교./자료=공정위
공정위는 14일 ‘2025년 하반기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 이행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시대상기업집단 92개 집단, 1417개 원사업자가 지급한 하도급대금은 총 89조1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우선 지급 규모에서는 제조업 중심 대기업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하도급대금 지급액은 총 89조140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현대자동차가 11조2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 8조9500억 원, HD현대 5조5800억 원, 한화 5조3700억 원, LG 4조7700억 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상위 5개 그룹 지급액만 35조 원을 넘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결제 방식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한국지엠, 한진, 네이버 등 29개 기업집단은 하도급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는 전체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약 31%에 해당한다. 현금결제는 협력업체 입장에서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가장 선호하는 지급 방식으로 평가된다.
반면 KG는 현금결제 비율이 24.51%에 그쳤고 하이트진로 26.37%, LS 34.36%, 두산39.59%도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물론 현금결제 비율이 낮다고 해서 모두 어음 지급이 많은 것은 아니다. 기업구매전용카드나 구매론, 상생결제 등 어음대체결제수단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금성 결제 비율은 대부분 90% 후반에서 100% 수준을 유지했으며, 대금 지급 속도는 기업마다 편차가 있었다.
LG는 지급액의 80.96%를 10일 안에 지급했고 삼성도 71.11%를 10일 이내 지급했다. GS(73.93%), HDC(78.78%), 호반건설(71.98%), DN(70.40%) 등도 신속한 지급이 이뤄졌다. 유코카캐리어스와 파라다이스는 지급액 전부를 10일 안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법정 지급 기한인 60일을 넘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도 있었다. 이랜드가 14.02%로 가장 높았고 대방건설(10.11%), SM(5.40%), 교보생명보험(2.94%), KG(2.51%)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평균은 0.16%에 불과하지만, 공정위는 이들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실제 지연이자 지급 여부 등을 추가 점검할 계획이다.
공정위의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제도는 수급 사업자가 공시정보를 원사업자와의 협상에 활용하게 함으로써 수급사업자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 1월 도입됐다.
제도 시행 3년째를 맞으면서 전반적인 지급 관행은 큰 폭의 변화 없이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현금결제 비율은 84~86%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금성 결제 비율도 97~98%대를 지속 중이다. 다만 30일 이내 지급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87.07%에서 하반기 86.41%로 소폭 낮아졌다.
눈에 띄는 변화는 분쟁조정기구 운영 확대다. 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한 사업자는 144곳으로 전체의 10.2%를 차지했다. 제도 시행 첫 공시 당시 98곳(8.1%)과 비교하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15개), 현대자동차(12개), 아모레퍼시픽(11개), 현대백화점(9개), 롯데·포스코(각 8개) 등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점검에서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카카오 계열 보이스루·스튜디오원픽과 SK 계열 원폴 등 3개 사에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단순 누락이나 오기가 발견된 31개 사업자에는 정정 공시를 요구했다.
공정위는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가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원사업자 간 ‘결제 관행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거래처별 지급 관행을 비교해 협상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도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결제 관행을 유지하려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