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방산업계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수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초에는 대형 계약 성과가 나왔지만 이후 기대감을 높였던 사업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계약이 지연되면서 수주 속도가 둔화된 영향이다. 다만 국내 방산업체들의 도전장을 내민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들이 하반기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 반전 가능성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업계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수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하반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K9 계열 차륜형 자주포 K9MH./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산업계의 해외 수주액은 154억 달러로 집계됐다. 2024년 96억 달러에서 60.4%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올해 목표를 200억 달러로 제시하면서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도약의 기반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상반기 수주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1월 노르웨이와 다연장로켓 천무 16문,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을 합쳐 총 9억2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4월에는 핀란드에 K9 자주포 112문과 예비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계약 규모는 5억4600만 유로(약 9300억 원) 수준이다.
이처럼 북유럽을 중심으로 성과를 올렸으나 다른 곳에서의 수주 소식이 나오지 않으면서 목표 달성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필리핀 국방부와 맺은 1000억 원 규모의 FA-50PH PBL(군수지원) 계약을 더해도 상반기 수주액은 약 16억 달러에 그치는 수준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가능성이 제기됐던 루마니아의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이 독일 라인메탈에게 돌아가면서 추가 수주에 제동이 걸렸다. 해당 사업은 약 6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 장갑차와 현지화를 내세우며 수주에 나섰으나 결국 독일의 벽에 막혔다.
또 이달 들어서는 해양방산에서 고배를 마셨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 최종 협상 대상자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에 밀리며 수주에 실패했다.
CPSP는 잠수함 최대 12척에 유지·보수·운영(MRO)을 포함하면 사업 규모만 60조 원에 달한다. 한화오션이 수주할 경우 해양방산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간의 견고한 군사적 결속력이 독일에게는 경쟁우위로 작용했다. 캐나다가 나토 동맹국으로서 상호운용성과 연합 작전 수행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최종적으로 독일의 TKMS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이번 결과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 잠수함 기술 경쟁력을 알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해양방산의 도약을 이끌 수 있었던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눈앞에서 놓쳤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대를 모았던 사업에서 수주를 실패하다 보니 상반기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거래 성격이 짙어 예상보다 협상이 길어지는 경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저하고’ 랠리 기대…“미국·유럽·중동 등 남았다”
상반기 수주는 예상보다 부진했으나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한 상태다. 방산 계약 특성상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계약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그동안 공을 들이고 사업들도 협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서 성과를 기대 중이다. 미국은 이달 중 시제품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인데, 성능 평가와 시험을 거쳐 최종 사업자를 결정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차륜형 K9A2 자주포를 앞세워 수주에 나섰으며, 성능이나 가격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수주 가능성을 크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스페인 자주포 사업에서도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K2 전차 3차 계약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3차 계약에서는 K2 전차 210대가 포함될 예정이며, 수주 완료 시 현대로템은 2034년까지 폴란드향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 내에서는 3차 계약에 대한 윤곽이 잡혀가고 있는 만큼 수주 시점도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페루에 K2 전차, K808 차륜형장갑차를 수출하는 계약도 올해 하반기에는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미 총괄합의서를 체결했지만 현지 정권 교체 움직임으로 인해 본계약 체결이 다소 지연됐다. 하지만 이달 말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본계약 체결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KAI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동 등에서도 한국형 전투기 KF-21에 관심을 보이면서 수주가 기대된다. KAI도 올해 KF-21의 첫 해외 수주 성과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LIG D&A도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천궁-Ⅱ 수주가 예상된다.
업계 내에서는 하반기 국내 방산업체들이 대형 프로젝트에서 잇따라 수주 성과를 거둘 경우 정부가 제시한 200억 달러 수주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방산이 최근 수주에 실패했다고는 하나 이는 개별 사업의 결과일 뿐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여전히 가격 경쟁력과 납기, 성능 측면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하반기 예정된 사업에서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