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마련한 첫 경청 토론회에서 공급 목표보다 실행 병목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비아파트와 정비사업, 공공택지, 임대주택 등 공급 유형은 달랐지만 참석자들은 금융·건축·인허가·사업성 규제가 실제 착공을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토부는 14일 정동아트센터에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을 인허가부터 착공, 분양, 입주까지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각 단계마다 병목이 생겨 공급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세제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어 이용만 한성대 명예교수가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비아파트 공급 회복이 첫 쟁점으로 다뤄졌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비아파트 공급 위축이 전세사기 여파와 대출 규제, 세제 부담, 건축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짚었다. 그는 "비아파트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비아파트 사업이 가지고 있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많이 제거될 필요가 있다"며 층수·연면적 제한 현실화, 비아파트 전용 기금·보증 상품 마련을 제안했다.
서미숙 연합뉴스 부장은 전세사기 이후 이른바 '빌라포비아'가 커지고 다주택자·임대사업자 세제 규제까지 겹치면서 비아파트 매입 수요 자체가 위축됐다고 짚었다. 임대사업자 제도 개선 등 수요 흡수 장치가 함께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장 참석자로인 강경훈 진경건설 대표는 규제지역에서 주택 신축판매업자에게 적용되는 LTV 규제로 토지 매입과 신축이 사실상 막혀 있다고 호소했다. 비아파트에는 아파트와 다른 담보인정비율 기준을 적용하고, 내년 말 일몰 예정인 6억 원 이하 비아파트 세제 특례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에서는 지역별 양극화가 도마에 올랐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시 안에서 정비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단지가 2249단지가 있는데 그중 7% 정도만 지금 시공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후주택 비중은 49.8%, 노원·강북 등 외곽은 60%를 넘는다.
강남3구는 분양 수요는 충분하지만 분담금 상향이 문제이고, 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은 분담금 부담 자체가 사업을 막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이 강남3구 위주로만 진행되는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김 수석전문위원의 설명이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기준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비나 일반분양분에 있어서의 자금들은 사업비적 성격도 있기 때문에 차등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과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역시 사업성과 지역 여건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현장 참석자 발언에서는 이주비와 임대주택 비율 문제가 직접적인 지연 요인으로 거론됐다. 오현석 가리봉1구역 재개발조합장은 "정부나 서울시가 사 가는 임대주택 매입가는 1억5000만~2억 원인데 원가는 8억 원 수준"이라며 "구로구는 분양가도 비싸게 할 수 없으니 용적률을 올려줘도 임대주택을 주면 손해가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명희 신길2지구 위원장은 "기존 거주자가 이주하려면 임시 거처의 전세금을 마련하고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도 반환해야 하는 이들이 많아 이주비 대출은 꼭 필요하다"며 "현장에선 실제로 이주비 대출을 해주겠다는 금융기관이 없어 많은 사업장이 지연될 위기"라고 호소했다.
서울시도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정식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이주비 대출 LTV 한도 완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조정,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율 완화(현행 75%→재건축과 동일한 70%) 등을 요청했다.
공공택지와 도심 유휴부지 활용 논의도 이어졌다.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리츠1본부장은 "현재 고비용 구조에 봉착해 주택공급이 안 되고 있다"며 "민간 임대주택은 13년 정도 운영해야 하는 사업인데 13년간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은행은 한 군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정비사업과 신규 택지만으로는 공급 한계가 있다며 도심 내 저이용 부지 확보와 용도 전환을 새로운 공급축으로 제시했다.
현장 참석자인 문길주 대신이엔디 대표는 미착공 비주택 용지를 오피스텔로 전환하고, 미매각 용지의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유연하게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다만 공급 속도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재개발·재건축을 빠르게 하는 방안만이 주거안정에 기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공공임대 확대와 세입자 보호, 주거복지 로드맵 마련이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상임활동가도 청년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과 전세사기,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언급하며 공급 논의에 세입자 보호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윤덕 장관은 "오늘은 국토부가, 내일은 금융위원회가, 모레는 기획재정부가 각각 주택공급과 금융·세제 분야 토론회를 연속으로 개최한다"며 "곧 있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오늘 나온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이번에는 정말 부동산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정경제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가 함께 마련한 이번 토론회는 14일 국토부(주택공급)를 시작으로 15일 금융위원회(주택금융), 16일 재정경제부(부동산세제) 순으로 사흘간 이어진다. 여기서 모인 의견은 23일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에서 종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