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인 자금 1200억 원을 추가로 투입,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25%대까지 늘린다. 이같은 지분 확대로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사업이 힘을 받는 동시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인 자금 12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25%대까지 확대한다./사진=현대차그룹
19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을 포함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주주들은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해 내놓은 지분 9.65%를 각자의 기존 지분율만큼 나눠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함께 투자한 법인 HMG글로벌이 56.4%, 정 회장이 22.6%, 현대글로비스가 11.25%, 소프트뱅크가 9.65%를 보유한 구조다. 소프트뱅크 몫을 지분율대로 나눠 가지면 HMG글로벌은 62.5%, 정 회장은 25.0%, 현대글로비스는 12.5%로 각각 늘어난다.
소프트뱅크 지분의 인수가는 3억2000만 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를 지분 비율대로 나누면 정 회장이 부담할 금액은 약 8000만 달러, HMG글로벌은 2억 달러, 현대글로비스는 400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나이내믹스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정 회장이 사재를 들여 보스턴다이내믹스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에도 그는 2389억 원의 사재를 투입한 바 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금액과 이번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분까지 더하면, 정 회장의 누적 투자 규모는 총 8000억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각 주주사가 지분 인수 의무 발생과 관련해 내부 절차에 따라 인수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배력을 강화한 정 회장은 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피지컬 AI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워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공정별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2028년에는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에,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 공정으로까지 아틀라스의 작업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회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강점과 미래 방향성을 강조하며, 피지컬 AI로 산업의 중심이 옮겨갈수록 자동차와 로봇 같은 실제 움직이는 기기, 그리고 제조 공정에서 쌓인 데이터의 가치가 빅테크 기업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현대차그룹만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지분 정리로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0%를 온전히 확보하게 되면 기업공개(IPO)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포함한 기업공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상장에 앞서 투자를 유치하는 '프리 IPO'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향후 상장 흥행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로 지분율 희석 우려를 던 현대차그룹이 해당 지분을 프리 IPO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면서 유력한 투자 후보로 구글을 지목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복잡한 로봇 제어를 위한 AI 모델을 연구하며 휴머노이드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현장 도입을 추진해온 사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구글은 파운데이션 모델의 병목을 풀기 위해 실세계 물리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현대차그룹 공장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가장 빠르게 이런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대상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