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고물가 속 식품 소비가 프리미엄과 실속형으로 갈리고 있다. 특별한 상품과 미식 경험에 지갑을 여는 반면, 일상 장보기에서 필요한 양과 비용을 따지는 '가성비' 소비가 확산하면서 백화점과 편의점 식품 매출이 나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서울시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 더크라운에서 진행 중인 '프랑스루브르바게트' 팝업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담고 있다./사진=롯데백화점 제공
3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유통업체의 식품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8% 증가했다. 온라인 식품 매출은 11.2% 늘었지만 오프라인은 1.1% 감소했다. 오프라인 업태별 실적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백화점과 편의점의 식품 매출은 각각 9.3%, 7.8%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는 각각 12.8%, 10.6%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전체 식품 매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소비 성향 변화에 따라 구매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 품질과 희소성, 차별화된 미식 경험을 중시하는 수요는 백화점으로 몰리고, 일상적인 장보기 영역에서는 가격과 구매량 등을 고려해 필요한 만큼 구매하려는 수요가 편의점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은 최근 식품관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핵심 집객 콘텐츠로 육성하고 있다. 식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점포 체류 시간을 늘려 다른 상품군의 소비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고급 신선식품과 수입 식료품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명 맛집과 디저트, 델리 매장을 확대해 다른 유통 채널에서 접하기 어려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식료품 관련 매출은 각각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들은 주요 점포 식품관을 재단장하고 프리미엄 식료품점과 디저트 전문관, 대형 푸드홀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고물가로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차별화된 상품과 경험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식품관 리뉴얼 프로젝트를 통해 ‘신세계마켓’을 운영 중이다. 일상적인 장보기 상품에 더해 고급·희소 식재료와 델리 상품 구색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도 주요 점포 식품관을 ‘푸드 에비뉴’로 리뉴얼하고, 각종 팝업 행사를 진행하며 이색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전국 식품관에서 100% 순혈 와규 전용 코너를 운영하고, 주요 점포에서 미식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체험형 테마 행사를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 식품 수요를 공략 중이다.
GS25 신선강화형매장에서 모델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제공
반면 편의점은 실속형 식품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고물가와 1·2인 가구 증가로 대형마트에서 식품을 한꺼번에 구매하기보다 집과 가까운 점포에서 필요한 상품을 필요한 만큼 사려는 소비가 늘면서, 신선식품과 간편식 등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헀다.
CU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식품 매출 증가는 주로 신선식품에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CU의 식재료(과일, 채소, 두부, 양곡, 정육, 생란 등)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1.7% 증가했다. 특히 6월 식재료 매출 증가율은 35.7%로 성장세가 한층 두드러졌다. CU는 이같은 소비 변화에 맞춰 편의점 내 장보기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약 110여 개 '장보기 특화 점포'를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상품 구색과 쇼핑 편의성을 강화한 'CU 스마트 그로서리'를 개점했다.
GS25 역시 올해 상반기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간편식 매출도 24.1% 증가하며 식품 매출 성장을 뒷받침했다. GS25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소포장 신선식품과 장보기 상품을 강화한 것이 매출 성장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 전반의 품질을 높이는 리뉴얼을 단행한 점도 '가성비 한끼' 수요를 편의점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용량 신선식품이 한 번에 지출하는 금액과 보관 부담, 남은 식품의 폐기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1~2인 가구의 '가성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같은 수요 확대에 접근성이라는 강점이 더해지면서 편의점의 일상적인 장보기 채널로서의 입지가 한층 탄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