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정부가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전기차를 제외하고 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업계가 세제 지원 없이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와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 생산 지원과 구매 부담 완화책이 동시에 줄어들면서 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를 신설하면서 반도체·이차전지·태양광·풍력·핵심소재·인공지능(AI) 로봇부품 등 6개 전략 분야를 지원 대상으로 지정했다. 자동차업계는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 생산 지원 빠지고 세제 혜택도 축소
국내 전기차 업계가 세제 지원 없이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와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9./사진=현대차 제공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생산·판매한 물량에 비례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공제하는 제도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벤치마킹해 도입됐다. 자동차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는 만큼 국내 생산 전기차에도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차가 이미 구매보조금과 투자세액공제 등 다른 지원을 받고 있고, 산업 간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기차보다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 구매 부담을 낮춰온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도 축소 수순을 밟는다. 현재 전기차 구매 시 최대 3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개별소비세 감면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어 2027년에는 200만 원, 2028년에는 100만 원으로 축소되고 2029년에는 종료된다. 하이브리드차 개별소비세 감면(최대 70만 원)은 올해 말 종료되며, 수소차 감면(최대 400만 원)도 단계적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 수입차 10대 중 4대가 중국산…독일 제치고 점유율 1위
세제 지원이 축소되는 사이 중국 전기차의 국내 시장 공략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를 확대하고 있고,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은 19만85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는 6만9513대가 등록돼 전년 동기 대비 178.7% 급증했다. 전체 전기차 신규 등록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6.8%에서 35.0%로 8.2%포인트 뛰었다.
제조국 기준으로도 중국산 차량의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차량 등록 대수는 7만9444대로 전체 수입차의 41.2%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독일을 제치고 제조국별 수입차 1위에 올랐다.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 모델Y·모델3 공급 확대와 함께 BYD 씨라이언7·돌핀, 폴스타4 등 중국계 브랜드 판매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세제 지원보다 보조금 중심의 지원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지원 체계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정대진 KAMA 회장은 "글로벌 시장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파상공세가 가속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제조 기반과 공급망 경쟁력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면서 "국내 생산 인프라와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전기차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소진에 따른 전기차 수요 둔화도 우려되는 만큼 하반기 지자체별 보조금 추경 확보와 공고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