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건설사 대우건설의 수장이 갑작스레 바뀌었다. 김보현 사장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이강석 신임 대표에 관심이 집중된다. 30년간 '대우맨'으로 지낸 그가 대우건설을 어떤 성장 항로로 이끌 지 주목된다.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이 지난 2024년 12월 대표이사 이취임식에서 사기를 흔들고 있다./사진=대우건설
◆김보현 사장, 임기 채우지 않고 갑작스런 사퇴는 왜?
지난 6일 대우건설은 김보현 대표이사(사장)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수용하면서 후임으로 이강석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뒤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김보현 대표의 사퇴는 회사 내에서도 이렇다 할 조짐이 없었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단행됐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데다 올해 3월 임기 재선임을 통해 3년 임기를 확보한 지 고작 4개월 만이다. 김 대표는 2024년 12월 총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사퇴 이유에 대해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김보현 대표가 오랜기간 회사에 몸담은 만큼 김 대표 스스로 느낀 피로도가 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군 장성(준장) 출신이자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매제이기도 한 김 대표는 2021년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단장으로 회사와 연을 맺었다. 이후 사내이사와 총괄부사장을 거쳐 사장까지 됐다.
그동안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 비료플랜트 수주,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또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건설을 강조하며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방향도 설정했다. 지난해 3월 대우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스마트건설을 위한 사내 협업 체계를 마련했다. 지난 2025년 11월에는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 제3기 의장으로 취임해 건설업계 AI 혁신도 주도했다.
또한 최근 몇년 간 지속된 건설업 불황으로 인한 손실을 한꺼번에 대규모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지난해 단행했다. 회사의 체질개선을 위함이었지만 장부상 실적 악화를 감수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덕분에 대우건설은 빅배스 후 올해 1분기, 2분기 실적이 연속해서 시장 전망치를 웃돌 만큼 안정을 찾았다.
이처럼 인수단장부터 시작해 6년이라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대우건설에서 많은 일을 해왔다. 최근 빅배스 후 대우건설이 안정된 실적을 거뒀으며 이달 들어 주가도 반등세를 보이는 점도 물러나기에 좋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대우건설 측도 "김 대표이사가 맡은 소임을 충실히 완수했다는 판단과 함께,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격변하는 대외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때문에 이번 사임은 '용퇴'라는 평가다.
이강석 대우건설 신임 대표이사./사진=대우건설
◆이강석 신임대표, 30여 년 정통 대우맨...새 술은 새 부대에?
김보현 대표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은 이강석 신임대표가 대우건설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강석 신임대표는 1996년 대우건설 입사 후 영업과 대외협력 분야를 두루 거치며 성장해 온 정통 '대우맨'이다. 2022년 관리지원실장(상무)을 거쳐 2023년 공공지원단장, 2024년 대회협력단 단장을 맡아왔다.
1971년 생으로 1966년생인 김보현 대표보다 다섯 살 아래다. 50대 중반인 만큼 젊은 축에 속한다. 이는 이강석 대표가 김 대표의 후임으로 낙점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으로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젊은 감각과 실행력을 갖춘 이강석 부사장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이번 인사 이유를 설명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강석 대표에 대해 대내외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데다 그에 걸맞게 넓은 네트워크도 갖췄다고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라는 말처럼 새로운 수장이 결정됐기에 앞으로 대우건설에 쇄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 등 당장 큰 변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현재 대우건설은 메가 프로젝트들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당장 올 하반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본계약, 파푸아뉴기니 LNG 플랜트와 모잠비크 로부마 LNG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다.
게다가 김보현 대표 시절 계속해서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지난 4월에는 이례적으로 연말이 아닌 시기에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5본부 4단 5실 79팀에서 6본부 2단 5실 79팀 체제로 바꿨고 해외사업단과 원자력사업단을 통합해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신설했다.
또한 김 대표의 갑작스런 사퇴로 일어날 수 있는 내부 구성원의 동요도 고려해야 한다. 용퇴라고는 하나 전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수장이 물러나면서 임직원들이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보현 대표가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긴 후 이강석 신임대표에게 건넸다"면서 "이 신임대표로서는 앞으로 임직원들을 어떻게 다독이고 회사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어갈지가 과제"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