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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늘었어도"…반도체 기술 유출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

입력 2026-08-10 15:20:30 | 수정 2026-08-10 15:27:41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근 사법부가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 사범에 대해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며 엄벌 기류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 기준의 한계와 법의 사각지대 탓에, 국가 안보 차원에서 기술을 완벽히 지켜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국가 핵심 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 과거보다 무거운 형량을 내리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18나노 D램 기술 등을 중국 창신메모리(CXMT)로 유출해 지난 2023년 12월 기소된 전직 부장과 연구원은 올해 4월 각각 징역 6년 4개월(파기환송심)과 징역 7년(1심)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초법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SK하이닉스 퇴사 직전 3000여 장의 핵심 공정 자료를 무단 출력해 화웨이 측에 넘긴 중국 국적 직원의 경우, 2024년 1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그쳤으나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으로 형량이 대폭 가중됐다. 

사법부 역시 기술 유출이 기업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치명적인 파급력을 엄중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2022년 유출 범죄에 고작 1년 반… 여전한 '법의 사각지대'

하지만 이 같은 엄벌 기류에도 불구하고, 현행 사법 체계와 법망의 한계로 인한 빈틈은 여전히 존재한다.

서울고법 형사10-1부는 지난 9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을 중국 화웨이 자회사 등에 유출한 전직 직원 김모 씨(52)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 2022년 이직을 목적으로 사내 보안 규정을 어기고 이미지센서반도체(CIS) 기술 등 5900쪽에 달하는 영업비밀을 촬영해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엄벌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유출된 CIS 기술이 정부 고시상 '첨단기술' 목록에 없다는 이유로 형량이 무거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행정 기준이 법의 사각지대를 만든 셈이다.

아울러 지난 2018~2019년경 삼성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통째로 베껴 중국에 ‘복제 공장’을 세우려 한 혐의로 2023년 6월 구속기소 된 전직 임원이, 불과 5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는 등 치명적인 기술 탈취 시도에 대한 사법부의 잣대가 때때로 관대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 "기술력이 곧 국가 무기"… 미국·대만 '간첩죄' 엄벌에 비하면 미흡

현재 글로벌 경제는 AI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 중이다. 핵심 기술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천문학적인 자본과 연구 인력을 투입해 쌓아 올린 반도체 기술력은 단순한 기업의 자산을 넘어 국가의 경제적, 군사적 안보를 결정짓고 있다.

이는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주요국들의 행보와도 이어진다. 미국은 '경제스파이법(EEA)'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영업비밀 유출을 간첩죄 수준으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대만 역시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경제 스파이 행위를 국가 반역죄에 준해 다루며, 막대한 벌금과 중형을 병과해 기술 유출 시도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의 법정형이 '3년 이상 유기징역'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기본 양형 기준은 여전히 '1년∼3년 6개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재판부가 가중 사유를 적극 적용해 중형을 내리는 추세지만, 기본 잣대 자체가 낮아 조건에 따라 언제든 집행유예나 솜방망이 처벌이 나올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기술 유출 시도를 국가 차원에서 일관되게 맹벌하는 해외 주요국 체계와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법부의 양형 강화 흐름은 긍정적이지만, 범죄로 얻는 기대 이익에 비하면 여전히 법적 리스크가 낮다는 인식이 남아있다"며 "정부 고시 기준을 현실화하고, 양형 기준 상향 및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근본적인 법적·제도적 보완이 완성돼야 한국 반도체의 기술 안보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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