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편집국]수십억원짜리 최신 전차를 수백만원짜리 드론이 공격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과거 전차 개발의 핵심은 비교적 단순했다. 상대 전차보다 더 멀리 보고, 더 강력한 포를 쏘고, 공격을 맞아도 버틸 수 있도록 장갑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드론이 전쟁의 핵심 무기로 등장하면서 이 공식이 바뀌고 있다.
카메라가 달린 FPV 드론에 폭발물을 장착해 전차의 취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배회형 탄약은 목표물을 찾아다니다가 발견하면 직접 돌진한다. 전차 입장에서는 적 전차를 만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날아오는 공격부터 막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의 K2 흑표 전차도 이런 변화에 맞춰 대대적인 진화에 들어간다. 영국 군사전문매체 제인스에 따르면 한국은 K2 전차에 능동방호체계(APS)를 비롯해 대드론 전자전 장비와 원격사격통제체계 등을 추가하는 성능개량 사업에 착수했다.
사업기간은 2028~2046년, 총사업비는 3조4480억원 규모다. 2032년까지 체계개발을 마치고 2033년부터 개량형 K2를 순차적으로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가 도입하는 K2PL 역시 능동방호체계와 대드론 시스템, 추가 장갑 등을 적용해 생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K2가 단순히 ‘잘 쏘는 전차’에서 ‘공격받고도 살아남아 계속 싸우는 전차’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Tanks worth millions of dollars are increasingly being threatened by drones costing only a fraction of that amount.
The war in Ukraine has made such scenes increasingly common. In the past, tank development focused largely on firepower, armor and mobility. But the rise of drones is changing that formula.
According to Janes, South Korea has launched a major modernization program for the K2 Black Panther that will introduce active protection, counter-drone electronic warfare and remotely operated weapons. Poland's K2PL is also moving toward stronger battlefield survivability.
▲수십억원 전차 잡는 값싼 드론…왜 전차가 바뀌나
전차는 현대 지상전의 핵심 무기다. 강력한 120㎜ 주포와 두꺼운 장갑을 갖추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적진을 돌파한다.
문제는 아무리 강력한 전차라도 모든 방향을 똑같이 두꺼운 장갑으로 둘러쌀 수 없다는 것이다. 장갑을 무작정 늘리면 전차가 무거워져 기동성과 연비가 떨어지고 수송도 어려워진다. 때문에 전차 상부 등에는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약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드론은 이런 약점을 파고든다. 과거 전차를 파괴하려면 다른 전차나 고가의 대전차미사일 등이 필요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FPV 드론에 폭발물을 장착해 전차를 공격하는 방식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전쟁의 경제학’이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기로 수십억원짜리 전차를 위협할 수 있다면 공격하는 쪽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차를 없앨 수도 없다. 병력을 보호하면서 적진을 돌파하고 강력한 화력을 제공하는 전차의 역할을 다른 무기 하나가 완전히 대신하기는 어렵다.
결국 해결책은 전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전차가 살아남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기존의 “맞아도 버틴다”에서 “아예 맞기 전에 막는다”로 방어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Cheap Drones Take Down Multimillion-Dollar Tanks…Why Tanks Are Changing
Ukraine has exposed a new economic reality on the battlefield: relatively inexpensive unmanned systems can threaten armored vehicles worth millions of dollars.
Simply adding more armor is not necessarily the answer, because extra weight can reduce mobility and make transportation more difficult.
Instead, modern tank protection is increasingly shifting from surviving a hit to detecting and defeating threats before they strike.
▲K2에 ‘움직이는 방어막’ 씌운다…APS·대드론 장비 장착
이런 변화의 핵심 기술이 능동방호체계(APS·Active Protection System)다. 쉽게 말하면 전차 주변에 ‘움직이는 방어막’을 만드는 기술이다.
센서가 전차로 날아오는 대전차미사일이나 로켓 등을 탐지하고 컴퓨터가 방향과 속도를 계산한다. 실제 공격으로 판단되면 대응체계를 작동시켜 전차에 명중하기 전에 위협을 무력화한다.
두꺼운 장갑으로 공격을 견디는 기존 방식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특히 현대로템은 이 분야에서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과 손잡고 있다.
제인스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라파엘은 라파엘의 ‘트로피APS’를 K2에 통합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의 협력범위에는 단순 장착뿐 아니라 통합과 생산, 현지화, 마케팅 및 전 생애주기 지원 등이 포함된다.
트로피는 이스라엘 메르카바 전차 등에 적용돼 실전 운용 경험을 축적한 대표적인 APS다. 하지만 APS만으로 모든 위협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한국군 K2 성능개량에는 대드론 전자전 장비도 포함된다. 드론의 통신과 운용을 방해해 접근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어수단이다. 여기에 원격사격통제체계까지 적용하면 승무원이 전차 밖으로 몸을 노출하지 않고 외부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K2는 장갑 + APS + 대드론 전자전 + 원격무장을 결합한 다층 방어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전차가 단순히 두꺼운 장갑을 두른 쇳덩어리에서 주변 위협을 스스로 탐지하고 대응하는 ‘이동형 전투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K2 Gets a ‘Moving Shield’…Equipped with APS and Counter-Drone Systems
One of the key technologies behind this transformation is the Active Protection System, or APS.
In simple terms, APS creates a defensive layer around the tank. Sensors detect incoming threats and countermeasures attempt to defeat them before impact.
Hyundai Rotem is working with Israel's Rafael to integrate the combat-proven Trophy APS onto the K2 platform. Combined with counter-drone electronic warfare and remotely operated weapons, the K2 is moving toward layered protection rather than relying on armor alone.
▲폴란드 K2도 달라진다…‘생존성’이 수출 경쟁력 된다
K2의 변화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수출이다. 특히 K2 최대 해외시장인 폴란드에서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한국과 K2 전차 1000대 도입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폴란드가 중요하게 본 K2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신속한 공급능력이었다.
우크라이나에 기존 전차를 지원하면서 전력 공백을 빠르게 메워야 했던 폴란드에 한국에서 생산해 곧바로 공급할 수 있는 K2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후속 모델인 K2PL에서는 요구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가 공개한 K2PL 추가 사양에는 능동방호체계와 대드론 시스템, 추가 장갑 등이 포함돼 있다.
첫 번째 K2 수출전의 경쟁력이 “얼마나 빨리 만들어 보내줄 수 있는가”였다면 이제는 “드론과 대전차무기가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얼마나 잘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새로운 경쟁요소로 더해지는 것이다.
현대로템이 라파엘과 트로피 APS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특히 현대로템은 폴란드를 단순한 K2 구매국에서 유럽 생산·수출 허브로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4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벤디와 K2PL 및 구난전차의 현지생산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폴란드를 K2의 지역 생산거점으로 활용해 다른 유럽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대전차미사일을 막고, 드론에 대응하고, 승무원의 노출을 줄여 현대전에서 살아남는 전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각에서는 값싼 드론 때문에 ‘전차의 시대가 끝났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K2의 변화는 조금 다른 답을 보여준다. 전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차가 ‘살아남는 방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앞으로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전차시장에서 K2의 새로운 수출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Poland’s K2 Is Changing Too…‘Survivability’ Becomes a Key Export Advantage
The transformation extends beyond South Korea. Poland's K2PL is also being developed with active protection, counter-drone capabilities and additional armor.
When Poland first ordered K2 tanks after Russia's invasion of Ukraine, rapid delivery was one of South Korea's major advantages. The next phase of competition will increasingly involve battlefield survivability.
Hyundai Rotem is also developing Poland as a production base for the K2PL and a potential hub for further European exports.
Some have argued that cheap drones signal the end of the tank. The evolution of the K2 suggests a different conclusion: tanks are not disappearing. They are changing how they survive.
[미디어펜=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