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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촌정책, ‘정주’에서 ‘관계’로 전환해야…“경제활동 지원도 단계별로”

입력 2026-08-14 10:00:00 | 수정 2026-08-14 10:00:00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농촌 청년정책의 초점을 이주·정주 지원에서 관계인구의 단계별 진입과 지속적인 경제활동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농촌에 관심을 가진 청년에게는 지역과 관계를 맺을 기회를 제공하고, 실제 농촌에 진입한 청년에게는 창업과 일자리를 통해 소득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2024년 기준 청년마을 만들기 사례집./자료=행정안전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청년 관계인구의 농촌지역 진입 및 정착 확대를 위한 경제활동 지원방안 연구’에서 정주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휴먼웨어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완전히 이주해 정착한 정주인구와 일회성 방문에 그치는 교류인구의 중간 영역에 해당해 농촌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거나 지역 활동에 참여하고, 지역의 문제 해결이나 비즈니스 등에 관여하는 사람까지 포괄한다. 

연구는 농촌에 관심을 가진 저·중관여 청년 250명과 농촌에서 활동 중인 고관여 청년 200명 등 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현장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정책은 크게 ‘농촌에 들어오기 전’과 ‘진입한 이후’로 나뉜다. 우선 농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관여 청년에게는 경제활동의 지속성과 사업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표적인 방안이 피어 러닝(Peer Learning)이다. 청년 창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창업가들이 서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성장하도록 하고, 여기에 현장에서 밀착 코칭하는 전문 주체인 ‘페이서(Pacer)’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단순 자금 지원보다 창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적 지원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파일럿 스토어’도 제안했다. 지역 유휴공간을 활용해 청년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의 시장성을 시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청년과 관계인구 청년이 함께 창업하거나 협업할 경우에는 가산점이나 사업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창업뿐 아니라 농촌에서 시장만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생활서비스를 청년 일자리로 연결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돌봄·생활서비스, 마을관리, 지역문화 기획 등 지역사회 유지에 필요한 활동을 공익형 일자리로 만들고, 초기에는 공공부문이 지원한 뒤 사회적경제나 로컬기업 등이 이어받는 단계적 모델이다. 

특히 마을 코디네이터, 지역 돌봄 매니저 등의 활동을 명확한 직무로 정의하고 경력으로 인정하는 체계도 제시했다.

반면 농촌에 아직 진입하지 않은 저·중관여 청년에게는 ‘이주’를 요구하기보다 지역과의 접점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도시 청년이 농촌의 자원과 이야기를 취재하는 ‘로컬 에디터’, 도시에서 농촌을 탐색하고 자신의 활동을 설계하는 ‘도시-농촌 연결 아카데미’, 청년 레지던시와 다지역살이 등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단순 방문이나 체험을 관계 형성과 실제 활동으로 연결하는 ‘진입 사다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을 떠난 청년도 정책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관계인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과거 활동 이력과 관심 분야 등을 관리하고, 개인별 맞춤형 소통을 통해 지역의 소비자·활동가·창업 파트너 등으로 관계를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의 이 같은 제언들은 농촌 청년의 경제활동이 농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현실에 기반한다. 연구에서는 농촌지역 청년의 95%가 제조업·도소매업·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숙박음식점업·교육서비스업 등 비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농업·농식품 분야 중심의 기존 청년정책에서 벗어나 농촌의 다양한 비농업 경제활동까지 지원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고관여 청년의 93%가 농촌 활동을 지속할 의향을 보였고, 지속 이유로 ‘농촌에서 찾은 경제적 기회’를 61.3%가 꼽았다는 점은 정책 방향의 근거가 된다.

실제 연구에서도 고관여 청년이 농촌 진입 시 경제활동 측면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주거 지원을 27.0%로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일자리·창업 지원 23.9%, 경제적·자금 지원 20.4%, 커뮤니티·정착 지원 13.9%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KREI가 제시한 정책의 핵심은 청년을 농촌으로 ‘이동’시키는 데서 끝내지 않고, 관심→탐색→진입→활동→정착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진입 이후에는 창업자금 자체보다 동료 네트워크와 전문 코칭, 시장 검증 공간, 공익형 일자리 등 청년이 지역에서 실제 경제적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휴먼웨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는 지방소멸 대응의 정책적 전제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체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모든 청년을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농촌을 삶터·일터·쉼터로 활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먼저 확대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주거와 일자리, 창업과 지역사회 적응을 따로 떼어 지원하는 방식보다 청년의 농촌 진입 전 과정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의 경로로 연결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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