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1998년 9월 1일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수장에 올랐다.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타계로 그룹을 이끌게 된 당시, SK는 외환위기라는 악재 속에 정유와 이동통신 등 내수 사업을 주력으로 두고 있었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은 확보했으나 수출 비중이 낮아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취임 28년이 지난 현재 SK그룹의 사업 구조는 크게 변했다. 정유와 통신 중심에서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제조업과 첨단 산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그룹 자산 총액은 1998년 약 34조 원에서 현재는 300조 원을 넘어서며 재계 순위 2위로 올라섰다.
1998년 9월 1일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수장에 오르면서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제공
◆ 하이닉스 인수, 그룹 수출 구조 개편의 계기
SK그룹 사업 구조 개편의 분기점은 2012년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다. 인수 당시 하이닉스는 누적 적자와 채권단 관리 상태로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이 커 내부에서도 반대가 적지 않았다.
최 회장은 내수 중심 구조를 탈피하려면 기술 기반 수출 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인수를 추진했다. SK그룹은 약 3조4000억 원을 투입해 하이닉스를 인수했고, 이후 반도체 불황기에도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로 자리 잡았다. 인수 전 20% 안팎이던 SK그룹의 수출 비중은 하이닉스 편입 이후 60% 이상으로 확대됐다.
◆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최 회장은 반도체 인수 이후에는 배터리와 바이오, 반도체 소재 영역으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특히 배터리 사업을 차세대 핵심 축으로 육성했다.
기존 SK이노베이션 내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던 배터리 부문은 2021년 SK온이라는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거점 지역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신설하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대형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신약 개발과 백신 위탁생산 사업을 병행했다. 장기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는 미국 FDA 승인을 받아 현지 시장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SK실트론과 SK머티리얼즈 등을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 공급망의 자체 수급 비중도 높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빌 게이츠 게이트재단 이사장과 지난 8월 14일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회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SK 제공
◆ 사회적 가치 측정과 ESG 경영 도입
경영 방식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최 회장은 재무적 성과 외에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주요 계열사의 재생에너지 전환 및 탄소 배출 감축 목표 설정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로 이어졌다.
아울러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민간 경제 외교 및 국내외 경제 현안 대응을 이끌어 왔다. 대한상의 회장 임기는 2027년 3월 만료되며, 임기 종료 후에는 SK그룹 경영 본업에 한층 더 집중할 계획이다.
한편, SK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 반도체 업황 변동성, 배터리 산업의 일시적 수요 정체 등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SK는 반도체와 에너지, 통신 자산을 결합한 AI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비주력 사업 정리 및 재무 건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내수 정유·통신사에서 글로벌 첨단 기술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해 온 최태원 회장의 28년은 SK그룹의 자산과 사업 지형을 바꿔놓았다. 이는 대외적 책무를 마친 뒤 본업으로 돌아가는 시점과 맞물려,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 그간의 성과를 이어가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겨져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