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배우 조인성이 한 해에 세계 3대 영화제 중 두 곳의 레드카펫을 연달아 밟으며 배우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전성기를 맞이했다. 1998년 모델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26년 만에 이뤄낸 쾌거이자,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한국 대표 배우로서 글로벌 영화계에 확실한 도장을 찍은 순간이다.
조인성은 지난 5월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를 통해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생애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의 무대를 경험했다. 데뷔 26년 만에 밟은 칸의 레드카펫은 그 자체만으로도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비록 '호프'가 칸 현지에서 수상 결실을 얻지 못하고 대형 제작비에 비해 기대를 밑도는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하긴 했으나, 조인성에게는 배우로서의 지평을 세계 무대로 확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흑백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턱시도로 차려입은 조인성이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에 앞서 멋진 미소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리고 불과 4개월 뒤, 조인성은 또 한 번 세계 영화계의 중심에 섰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의 주연 배우로서 당당히 레드카펫을 밟은 것이다.
한 해에 칸과 베네치아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받아 레드카펫을 누비는 것은 국내 배우로서도 매우 이례적인 대기록이다. 흥행 성적이라는 숫자의 부담감을 내려놓고, 예술성과 작품성이 응축된 거장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하며 세계적인 영화인들에게 새로운 얼굴을 잇따라 각인시켰다는 점은 조인성 개인에게도 남다른 감회를 안겨준다.
베네치아 현지 공식 상영회에서 공개된 '가능한 사랑'은 상영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164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채운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 약 6분간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연출을 맡은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함께 호흡을 맞춘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그리고 조인성은 현장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서 감격의 기쁨을 나눴다.
베네치아 리도섬의 레드카펫 위에 선 '가능한 사랑'의 주역들. 사진 왼쪽부터 이창동 감독,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인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 부부와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의 삶이 교차하며 인간의 존엄과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조인성은 극 중 깊은 감정선과 섬세한 인물 묘사로 기존의 스타성을 넘어서는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대중적인 상업 영화의 틀을 벗어나 인간의 깊은 내면을 조명하는 거장의 세계관 속에서 중심축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낸 것이다.
거장 이창동 감독의 깊이 있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명품 열연이 어우러진 '가능한 사랑'은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흥행 실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칸에 이어 베네치아까지 접수한 조인성의 행보는 그가 단순한 청춘스타나 흥행 배우에 머무르지 않고, 깊이 있는 아우라를 지닌 거장들의 페르소나이자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섰음을 입증한다. 베네치아의 붉은 노을 아래서 환호에 미소로 화답한 조인성의 2026년은 그의 26년 연기 인생에 있어 가장 빛나는 화양연화로 기억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