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5G 전국망 구축 이후 줄어들던 통신업계 설비투자가 인공지능(AI) 확산과 5G 단독모드(SA)·AI 기반 무선접속망(AI-RAN)·6G 등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앞두고 다시 확대 기로에 섰다. 다만 5G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도 이를 뒷받침할 새 수익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던 만큼 통신사들은 투자 규모와 시기를 이전보다 신중하게 따지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설비투자는 지난 2019년 9조6000억 원에서 2021년 8조2000억 원, 2023년 7조6000억 원을 거쳐 지난해 6조200억 원까지 줄었다. 5G 상용화 초기 전국망 구축에 집중됐던 투자가 마무리된 영향이 크다.
올해도 아직 뚜렷한 반등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분기 SKT와 KT의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3%, 70.1%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21.5% 늘었지만 하반기 예정된 5G SA 전환 등을 위한 투자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AI 확산으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데이터 전송을 맡던 통신망이 AI 서비스와 로봇, 자율주행 등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넓어지면서다. 실제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은 피지컬 AI와 로봇, AI 에이전트 간 통신이 늘면서 2030년 데이터 업로드 트래픽이 현재보다 3~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첫 단계가 5G SA 전환이다. 통신3사는 연말 전국 서비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5G가 LTE망을 함께 이용했다면 5G SA는 기지국부터 코어망까지 5G만을 사용한다. 하나의 물리적 망을 여러 가상망으로 나눠 서비스별로 필요한 통신 품질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초저지연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다.
실제 적용 사례도 나오기 시작했다. KT는 지난 5일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5G SA 기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적용해 안전관리용 무선 CCTV 25대와 긴급 연락용 단말 10대에 별도 통신 구간을 제공했다. 100만 명 안팎의 인파가 한꺼번에 데이터를 사용해도 현장 관제에 필요한 통신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 5G 때와 달라진 투자 셈법… 정부도 지원책 마련
5G SA뿐 아니라 향후 투자해야 할 인프라도 늘고 있다. AI를 활용해 무선망의 품질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AI-RAN을 비롯해 6G와 위성통신, 해저케이블, 광통신 등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AIDC)와 전국 국사를 활용한 엣지 인프라까지 더해지면서 통신사의 투자 대상도 기존 기지국과 회선을 넘어 AI 인프라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통신3사도 관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KT는 오는 2031년까지 해저케이블 용량을 현재 38Tbps에서 128Tbps로 확대하는 한편 1GW 규모 AIDC와 전국 3500개 국사를 활용한 AI 엣지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SKT는 AIDC 전문 자회사 SK하이퍼를 통해 오는 2029년까지 5GW 규모의 AIDC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도 파주에 200MW급 AIDC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통신사들은 과거 5G 때보다 투자에 신중한 모습이다. 5G 상용화 당시 전국망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가입자당평균매출을 크게 끌어올릴 만한 새로운 서비스는 제한적이었다. AI망과 6G에서는 기술 고도화 자체보다 실제 B2B 서비스와 새로운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최근 AIDC 투자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나타난다. 통신3사는 수요를 먼저 확보한 뒤 시설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무 부담을 관리하고 있다. SKT는 외부 자본을 활용하고, KT는 자체 자금과 외부 투자를 병행한다. LG유플러스는 현금창출 범위 안에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기존 비용 부담을 낮추는 것도 과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가 부담하는 주파수 할당대가는 연간 약 8000억 원, 전파사용료는 약 2000억 원에 이른다. 무선국 검사 수수료와 면허세까지 더하면 관련 비용만 연간 1조 원을 웃돈다. 3G와 같은 기존망을 유지하면서 5G SA와 6G에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정부도 통신사의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3사는 지난달 'AI 시대 통신망 투자 촉진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예산·세제 지원과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내 '차세대 통신망 투자 및 규제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투자한 네트워크를 새로운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손본다. 정부는 5G SA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활용해 서비스별로 다른 통신 품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용자 보호를 전제로 3G 등 기존 통신망을 단계적으로 전환해 주파수와 설비를 차세대 네트워크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와 6G로 가면서 통신사가 투자해야 할 영역은 훨씬 넓어지고 있지만 투자 규모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지속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망을 활용한 서비스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와 지원 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민간 투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