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 게임업계에서 AI(인공지능)가 개발 현장뿐 아니라 인력 채용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전체 채용 규모는 줄어드는 가운데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재를 선별하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NHN 게임xAI 해커톤 ‘NAN 2026’ 현장./사진=NHN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AI 확산에 맞춰 기존 개발자 채용의 핵심 기준이었던 코딩 능력을 넘어 AI 활용과 문제 해결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채용 기준을 바꾸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게임사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70%로 문화산업 가운데 가장 높았다. AI 도입 게임사의 49.6%는 전사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전체 채용 줄고…AI 인재 수요 커져
AI 확산은 게임업계의 인력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신작 개발비 상승과 게임시장 성장 둔화, 비용 효율화 등이 맞물리면서 게임사들이 전체 인력과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는 가운데 AI로 대체하거나 효율화할 수 있는 반복 업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AI를 활용해 기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AI 기술 자체를 개발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는 전체 인력 감소와 AI 인재 확보가 동시에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엔씨·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위메이드·컴투스 등 6개사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22년 2339명에서 2024년 1362명으로 42% 감소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같은 기간 신규 채용을 349명에서 416명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인력 확보를 확대하면서 주요 게임사 가운데 유일하게 채용 규모가 증가했다.
AI 관련 채용공고는 정반대 흐름이다. 게임잡 조사에서는 중견 게임사의 AI 채용공고가 전년 대비 460% 증가했고 중소·인디 게임사도 178.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 채용시장에서도 원티드랩 집계 결과 AI 역량을 요구하는 경력 개발자 채용공고 비중이 51.6%로 3년 내 처음 과반을 넘어섰다. AI 역량을 갖춘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7634만 원으로 그렇지 않은 개발자 7567만 원보다 높았다.
이는 AI가 게임사의 인력을 단순히 줄이는 기술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종류를 바꾸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기존 개발 업무 가운데 AI로 효율화할 수 있는 영역은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AI를 활용해 더 높은 생산성을 내는 개발자에 대한 몸값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 코딩테스트 대신 AI 활용 평가…채용 기준도 변화
넥슨, 2026년 '넥토리얼 for 게임 프로그래머'./사진=넥슨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채용 전형에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이다. 넥슨은 올해 ‘2026 넥토리얼’에서 신입 게임 프로그래머 채용의 기존 코딩테스트를 없애고 AI 면접과 AI 활용 역량평가를 도입했다. 지원자가 실제 업무와 유사한 문제를 AI 도구를 활용해 해결하도록 하고 AI에 대한 이해도와 문제 접근 방식, 구조적 사고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엔씨 역시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전 직군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역량 검증 체계를 도입했다. 개발자뿐 아니라 다양한 직군에서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채용 과정에서 확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래프톤은 AI 인재 확보를 별도 채용과 프로그램으로 확대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는 한편 채용 연계형 해커톤 등을 통해 실무형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NHN도 게임과 AI를 결합한 채용 연계형 해커톤을 진행하며 AI 활용 기술문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실제 활용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NHN은 한발 더 나아가 게임과 AI를 결합한 채용 연계형 해커톤 ‘NAN 2026’을 열었다. 본선 심사에서 AI 활용 능력을 완성도·창의성 등과 함께 주요 평가 항목으로 반영했고 대상·최우수상·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최종 면접 기회를 제공했다. 본선 경쟁률은 59대 1을 기록했다.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움직임은 대학과의 협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컴투스는 성균관대와 함께 ‘AI캠퍼스’를 개설하고 AI 기반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 전문가 양성에 나섰다.
해당 캠퍼스는 24주간 실무형 교육을 진행하면서 현직자 멘토링과 프로젝트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만들도록 하고 우수 수료자에게는 채용 연계 기회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개발에서 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보다 AI를 활용해 개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재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AI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뿐 아니라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고 자신의 업무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역량이 채용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