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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습-자동차③] 수출 넘어 현지 생산…현대차와 맞붙는 중국, ‘속도전'

입력 2026-09-10 17:32:26 | 수정 2026-09-10 17:33:28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싸지만 품질은 떨어진다" 이러한 인식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중국 제품에 대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자동차 업계에서 가격 경쟁력을 넘어 전동화 기술과 자본, 제조혁신을 앞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중국 차는 저가형 중심에서 벗어나 고성능·프리미엄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중국 자본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브랜드와 기술·생산 네트워크 안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기지까지 확대하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확장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짚어본다.<편집자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제조 생태계로 진입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공장을 설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완성차업체의 생산시설과 공급망, 연구개발(R&D) 조직을 활용하며 해외 사업 기반을 넓히는 모습이다.

이는 고율 관세와 무역 장벽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역별 소비자 요구와 규제 변화를 신차에 빠르게 반영하기 위한 전략이다. 물류비용을 줄이고 지역별 수요·규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중국에서 차량을 수출하던 기업에서 주요 시장에 생산 기반을 둔 현지 제조사로 전환하려는 목적도 있다.

10일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와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지리 계열 볼보자동차의 생산분을 제외한 BYD·체리·립모터의 유럽 공장 3곳에서 생산될 차량은 2026~2027년 연간 약 21만5000대로 예상됐다. MERICS는 이들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가 2030년께 5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유럽 현지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수출 중심의 시장 공략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수출을 넘어 유럽 현지 공장과 연구개발(R&D), 부품 공급망으로 제조 기반을 확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사진=AI 생성



◆ 관세 피해 유럽 공장으로…'수출기업'서 '현지 제조사'로

BYD는 헝가리 남부 세게드에 유럽 첫 승용차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졌지만 올해 4분기 차량 조립을 시작할 예정이다. 반면 BYD가 2024년 발표한 10억 달러 규모의 튀르키예 공장 계획은 현재 보류됐다. BYD는 헝가리 공장 가동을 우선 추진하는 한편 스텔란티스를 비롯한 기존 완성차업체가 보유한 유럽 내 저활용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체리는 스페인 자동차업체 에브로와 손잡고 옛 닛산 바르셀로나 공장을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에브로는 2024년 11월부터 중국에서 반조립 상태로 들여온 차량을 현지에서 조립해 왔으며 지난 6월 새로운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체리는 자사 브랜드 차량의 현지 생산을 연내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바르셀로나에 유럽 운영센터와 스페인 R&D연구소를 열고 현지 주행환경과 소비자 수요, 규제에 맞춰 차량을 개발하는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립모터는 스텔란티스가 지분 51%를 보유한 합작사 립모터인터내셔널을 통해 유럽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올해 하반기 스페인 피게루엘라스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첫 생산 차종은 전기 SUV B10이며 스텔란티스는 지난 5월에도 연내 생산 계획을 재확인했다. 지난 6월에는 B10용 배터리를 공급할 작업장을 인근 마옌에 열었다.

지리자동차도 기존 유럽 공장을 발판으로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지리는 지난 7월 포드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지리 전기 SUV 2종을 생산하기로 했다. 합작회사 지분은 포드가 66%, 지리가 34%를 보유하며 차량 생산은 2028년 시작할 예정이다. 양사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크로스오버도 공동 개발한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내 생산기반을 확대하고 있지만 공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현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다. MERICS는 체리와 립모터가 각각 스페인과 폴란드에서 진행한 초기 현지 생산이 중국에서 들여온 반조립 부품을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었다고 분석했다. 유럽 부품업계에서도 중국 업체가 현지 공급업체 대신 중국산 부품을 계속 사용하면 현지 고용과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공장으로 번진 속도전…AI·로봇 제조 경쟁

현지 업체와의 협력은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신차 개발기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립모터와 스텔란티스는 독일에서 독일·중국 개발진이 공동 설계하는 오펠의 유럽용 전기 SUV에 립모터인터내셔널의 공급망에서 조달한 부품을 활용할 계획이다. 오펠은 양사의 협업을 바탕으로 차량 개발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내 공장에서 구축한 자동화 생산방식도 제조 경쟁력의 한 축이다. 미국 CBS뉴스는 지난 2일 지커의 중국 닝보 공장을 소개하며 생산공정의 99%가 자동화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CBS 보도에는 자동화율의 구체적인 산정 범위와 방식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른 완성차 공장의 공정별 자동화율과 수치만으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AI와 로봇을 활용한 제조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디지털트윈과 자동화 물류·검사 시스템 등을 적용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관리를 고도화하고 있다.

오는 2028년부터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조지아 메타플랜트의 부품 서열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공정별 검증을 거쳐 2030년에는 부품 조립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아틀라스 등을 생산할 로봇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3만 대 규모로 구축할 방침이다.

문제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각종 부품과 배선을 조립하는 의장공정이다. 현대차가 밝힌 의장공정 자동화율은 약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와이어링 연결이나 비정형 부품 장착 등 사람의 손과 판단이 필요한 작업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도 산업용 로봇이 넘지 못했던 마지막 자동화 영역에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투입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중국은 자동화 속도전…국내선 '노조' 과제

중국이 값싼 노동력과 경쟁국 대비 막대한 노동 시간을 앞세워 속도전에 나서는 반면, 국내 자동차 생산현장은 AI·로봇 도입 문제와 함께 고용과 직무, 노동조건을 둘러싼 노사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의 초기 투입 대상으로 밝힌 곳은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지만, 노조는 향후 국내 생산거점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에 대비해 로봇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올해 현대차 임금협상에서도 AI와 자동화에 따른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노조는 AI 관련 고용 보장과 완전월급제 도입, 자연감소 인원의 정규직 충원 등을 요구했다. AI·로봇 도입이 생산직의 업무와 근로시간, 임금체계에 미칠 영향까지 협상 의제로 제시한 것이다.

지난 1일 확정된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사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이 기업 생존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신사업·신기술의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미래 산업 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면서 AI·로봇 도입 문제를 노사 협의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자동차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로봇 도입 여부보다 기술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와 업무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가 꼽힌다.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맡고 기존 근로자가 로봇 운영과 품질관리 등 새로운 업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직무 전환과 재교육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전 세계에 배터리 공급은 물론, 부품 공급망, 자동화 생산 등 완성차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미국 내 생산기반과 세계적인 제조기술, 하이브리드·EV 라인업, 제네시스, AI·로보틱스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계 재편 과정에서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결국 현대차 노사는 '로봇이냐 사람이냐'의 경쟁이 아닌 로봇 도입 시 기존 근로자를 로봇 운영·품질관리·AI 생산관리 등 새로운 직무로 이동하는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로봇 도입을 둘러싼 노사 협의가 장기화하면 생산현장의 기술 전환이 늦어질 수 있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도입을 서두르면 고용 불안과 현장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직무 전환과 재교육을 통해 고용 충격을 줄이면서 신기술을 양산공정에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노사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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