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비만약 다음은 탈모약’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차세대 탈모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기존 치료제의 투여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RNA·모낭 재생 등 새로운 기전을 앞세워 시장 선점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차세대 탈모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AI 이미지 제작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치료제 시장은 최근 비만치료제에 이은 차세대 유망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남성형 탈모 환자가 약 5000만 명, 여성형 탈모 환자가 약 3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탈모치료 시장은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등 남성호르몬 억제제와 미녹시딜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새로운 기전의 처방약 개발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신약 후보물질이 상용화될 경우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 글로벌 탈모약 시장, ‘억제’ 넘어 새 기전 경쟁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존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탈모를 치료하려는 후보물질들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코스모는 남성형 탈모 치료제 ‘클라스코테론’을 개발하고 있다. 국소도포 방식의 치료제로 현재 개발이 가장 앞선 차세대 탈모치료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코스모는 2027년 1분기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신약허가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여성형 탈모 치료제 시장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베라더믹스는 경구용 미녹시딜 후보물질을 개발하면서 여성형 탈모에 대한 경구 치료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AI(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기업 앱사이는 보다 직접적인 새로운 기전에 도전하고 있다. 앱사이의 ‘ABS-201’은 항프로락틴수용체 항체를 활용한 주사제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앱사이에 4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탈모치료제 개발에 대한 글로벌 제약업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과 연결해 보고 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새로운 치료 영역을 개척하며 대형 시장으로 성장한 것처럼 탈모 역시 환자 수가 많고 기존 치료제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신약이 등장할 경우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후보물질 역시 개발 단계가 제각각인 만큼 실제 상용화까지는 임상시험과 허가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 K제약·바이오, 장기지속형부터 모낭 재생까지
국내에서는 글로벌 업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탈모치료제를 개발하면서도 기존 치료제의 투여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과 새로운 기전을 겨냥하는 방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종근당은 피나스테리드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는 ‘CKD-843’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기존 경구제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후보물질이다.
인벤티지랩 역시 두타스테리드 장기지속형 주사제 ‘IVL3001’을 개발하고 있다. 호주에서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상태로, 일정 기간 약효가 유지되도록 해 반복적인 경구 복용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기존 치료제와 작용 방식 자체를 달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올릭스는 RNA간섭(RNAi) 기술을 활용한 탈모치료제 ‘OLX104C’를 개발하고 있다. 안드로겐 수용체(AR)의 발현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탈모에 관여하는 남성호르몬의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릭스는 지난해 12월 첫 환자 투여를 시작한 이후 지난 8월 임상 1b상 마지막 환자의 추적관찰을 마쳤다. 연내 임상 2a상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a상에서는 여러 용량군과 위약군을 비교해 실제 사람에서의 유효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모낭 자체의 재생을 겨냥하고 있다. 후보물질 ‘JW0061’은 GFRA1 수용체를 활성화해 Wnt 신호전달 경로를 자극하고 모발 성장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탈모를 유발하는 경로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낭의 성장과 재생을 활성화하는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JW중외제약은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서울대병원에서 한국인과 코카시안을 대상으로 안전성·내약성·약동학 등을 평가하고 있으며 임상은 2027년 3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국내 후보물질은 새로운 기전과 투여 편의성을 앞세우고 있지만 개발 단계는 글로벌 선두권보다 뒤처져 있다. 향후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공동개발 등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탈모는 환자층이 넓고 기존 치료제에 대한 개선 요구도 높은 시장인 만큼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등장하면 시장 자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차별화된 기전과 투여 편의성을 앞세워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임상 결과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링 성과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