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도 농가소득을 평년 도매가격의 80% 수준까지 보전하는 농산물가격안정제가 본격 시행된다. 정부가 농가의 가격 하락 위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재배면적 신고와 수급관리 참여를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제1차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고 농산물가격안정제의 대상 품목과 기준가격 산정 방식 등 세부 운영방안을 심의했다. 농산물가격안정제는 정부의 선제적 수급관리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도 평균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정부가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가 농가소득을 평년 도매가격의 80% 수준까지 보전하는 농산물가격안정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올해는 가격 변동성이 큰 마늘과 양파가 첫 적용 대상이다. 대상 품목은 국민 식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수급관리 체계, 객관적인 생산비 통계 확보 여부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산물 가격정책의 핵심을 생산자와 소비자 어느 한쪽의 부담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을 낮추는 것만을 목표로 삼거나 반대로 농가소득 보장에만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비와 유통구조, 수급관리까지 함께 손보겠다는 취지다.
송 장관이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농산물 가격을 둘러싼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반된 이해다.
송 장관은 최근 농산물 가격 흐름과 관련해 “농산물 가격이 낮으면 생산자는 어렵고 국민들은 좋다고 하고, 생산자들이 만족할 만큼 가격이 오르면 국민들은 괴롭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 올해 봄·여름에는 일부 농산물 가격이 크게 낮아지면서 농업 현장에서는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이 반갑지만 농업인에게는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송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가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을 내놓고 있다.
이번 농산물가격안정제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농산물 가격을 높이는 정책이 아니라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졌을 때 농가가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영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격안정제의 기준가격은 경영비를 전액 포함하고 자가노동비도 전액 또는 일정 비율 반영해 평년 도매가격의 80% 수준으로 정한다.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은 재배면적과 생산단수 관리 등 수급안정 조치를 병행하면서 순차적으로 80% 수준을 보장한다.
지원 대상 역시 기존 제도보다 크게 넓어졌다. 동일 품목을 10a(1000㎡) 이상 재배하고 경영체 등록 또는 경작신고를 한 농업인과 농업법인이 대상이다. 기존 채소가격안정제가 주산지 가입 농가 중심이었다면 가격안정제는 10a 이상 재배하는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국가데이터처 또는 농촌진흥청이 해당 연도 생산비 통계를 발표하면 이를 토대로 매년 기준가격을 산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평균가격은 수확기 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상품·중품·하품 가격을 모두 반영해 시장가치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수입안정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받은 농가는 해당 보험금만큼 가격안정제 지급액에서 차감한다. 같은 가격하락 위험에 대해 정부 지원이 중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가격안정제를 무조건적인 소득보전 장치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격안정제 지원을 받으려는 농가는 파종·정식기에 실제 재배면적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자조금 미납 농가는 첫해 지급액의 20%를 차감하고 이후 차감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인다.
지방정부에도 책임을 묻는다. 재배면적 조정 등 법정 수급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지자체는 안정 생산·공급지원사업을 차등 지원받고 농산물가격안정제 예산 배정도 차감된다.
가격 하락 위험은 정부가 함께 부담하되 생산자와 지자체도 수급관리에 책임 있게 참여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농산물 가격을 단순히 정부 재정으로 떠받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매시장 효율화를 위해 도매법인 평가와 관련 제도를 손보고, 온라인도매시장의 정착을 위한 보완책도 추진하고 있다.
전자송품장 도입도 그 일환이다. 정부는 가락시장에 전자송품장을 12월까지 100% 도입해 유통 과정의 정보 비대칭과 비효율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도 추진한다. 9월에는 5개 지역을 대상으로 ‘알뜰소비앱’을 출시해 소비자가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농축산물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판매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농산물가격안정제는 과거 채소가격안정제와 비교해 보장 수준과 지원 대상이 크게 확대됐다. 과거에는 가격하락분의 최대 20%를 보장하고 평년 도매가격의 60% 미만 하락분은 보장하지 않았지만, 새 제도는 평년 도매가격의 80% 수준까지 보장하고 하한도 두지 않는다.
정부는 연말까지 권역별 설명회를 열어 농업인의 의무와 준수사항, 사업 추진 절차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대상 품목과 차액 지급비율 등은 향후 농식품부 고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송 장관은 “농산물 유통에서 비효율적인 측면을 걷어내 최대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정책의 방향을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가격 안정’에 대한 농정의 방향타 바꿔보고 싶다는 인식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