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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억 보증부터 70억 이자 절감까지…해진공 '중특프'가 띄운 팬스타의 기적

입력 2026-09-11 16:20:47 | 수정 2026-09-11 16:20:47
유태경 기자 | jadeu0818@naver.com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중특프)'을 통한 밀착형 정책금융으로 해운·조선·관광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최초 크루즈페리인 '팬스타 미라클호'의 성공적인 신조와 취항을 이끌어낸 데 이어, 최근에는 금리 인하와 환리스크 제거를 골자로 한 재금융(리파이낸싱)까지 성공시키며 중소선사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중특프)'을 통한 밀착형 정책금융으로 해운·조선·관광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사진=해진공



◆ "중특프 보증 없었다면 건조 불가능"…해외 중고선 대신 '국산 신조선' 결실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잇는 2만2000톤급 대형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는 단순한 여객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국내 연안·국제 여객선 시장은 대규모 자금 조달 한계로 인해 해외 중고선을 들여와 운항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팬스타그룹은 국내 조선사인 대선조선에 크루즈페리를 발주하며 국산 신조선이라는 도전적인 길을 택했다.

이 같은 도전을 현실로 만든 결정적 열쇠는 해진공의 중특프였다. 중특프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선사의 신조선 확보와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해진공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맞춤형 정책금융 제도다.

전체 선가 7050만 달러 중 팬스타가 20%(1410만 달러)를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 80%인 5640만 달러를 선순위 금융으로 조달하는 과정에서 중특프의 채무보증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해진공은 중특프를 통해 선순위 대출의 95%에 달하는 최대 5358만 달러(한화 약 750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김성진 해진공 선박금융부장은 "팬스타 미라클호는 국내 최초로 건조된 크루즈페리로 기존 유사 금융 사례가 없다 보니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없이는 민간 은행의 자금 조달이 불가능했던 상황"이라며 "해진공 중특프 보증이 산업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이 안심하고 저금리로 대출에 참여할 수 있는 다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팬스타는 과도한 금융 비용이나 고금리 후순위 대출 부담 없이 성공적으로 신조선을 인도받았고, 지난해 4월부터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잇는 국제항로에 투입돼 해상 관광과 물류를 연결하는 새로운 바닷길을 열었다.

팬스타 크루즈 로비./사진=팬스타그룹



◆ '달러→엔화' 보증 통화 전환… 4년간 이자 70억 원 절감에 환 위험까지 차단

해진공은 인도 이후에도 선사의 실질적인 영업 환경을 분석해 맞춤형 사후 관리를 이어갔다.

해진공은 취항 후 부산~오사카 항로를 운항하는 팬스타의 주 수입원이 미 달러가 아닌 '엔화'라는 점에 주목했고, 최근 기존 달러화 대출 보증을 엔화 대출 보증으로 전환하는 재금융을 단행했다. 최근 일본 금융 시장에 엔화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미 달러화 대비 대출 금리가 대폭 낮아진 시장 여건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호혜정 중소금융팀 차장은 "기준금리 측면에서 달러(3개월 SOFR 3.80%)보다 엔화(3개월 TIBOR 1.56%)가 현저히 낮아 2.5%p 이상의 조달 금리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약 700억 원의 금융잔액에 대해 엔화 재금융을 실행함에 따라 팬스타는 연간 약 17억 원, 4년간 총 70억 원 상당의 금융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금융을 통해 대주단 역시 신한은행, 제주은행, 부산은행으로 새롭게 재편됐다.

구조적 측면에서도 환리스크와 자금 운용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다. 한일 항로 운항으로 확보한 현지 엔화 수입을 엔화 대출 원리금 상환에 바로 활용함으로써 달러 환전에 따른 수수료와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앴다. 매출을 국내 본사로 송금한 뒤 다시 들여오는 복잡한 절차 없이 현지에서 즉시 상환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 셈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원리금 상환 불이행 우려에 대해 호 차장은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엄격한 사업 타당성 검토(DSR)를 거쳤으며, 과거 초기 지원 시점보다 현재 DSR 지표가 더 높게 나올 만큼 수익성이 우수하다"며 "실제 단 한 차례의 원리금 상환 지연 없이 안정적으로 운항 중"이라고 했다.

지난 6일 김성진(왼쪽) 해진공 선박금융부장과 호혜정 선박금융부 차장이 브리핑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해진공



◆ "자산 규모 대비 중소선사 지원율 11%"…현장 밀착형 지원 강화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책금융의 대형선사 편중 우려에 대해 김성진 부장은 "공사 설립 초기에는 HMM 정상화 등에 집중된 면이 있었으나, 정상화 이후 중소·연안선사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최근 3년간(2024년~2026년) 중특프 등 중소선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집행된 자금은 66건, 약 3300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수치적 금액만 보면 대형선사가 커 보일 수 있지만, 각 선사의 자산 규모 대비 지원 비율을 비교하면 대형선사는 약 10%, 중소선사는 약 11% 수준으로 체급 대비 지원 강도는 중소선사가 오히려 더 높다"고 덧붙였다.

해진공은 중특프를 통한 보증 외에도 대출 이자의 최대 2%(50% 한도)를 지원하는 이자 보전 사업과 회사채 인수, 친환경 설비 개량 지원은 물론, 재무·홍보 컨설팅 등 비금융 패키지까지 아우르며 중소선사의 체질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중특프의 보증 요율 역시 일반 금융기관(1.0~1.5%)보다 저렴한 0.6~1.0% 수준으로 운영해 선사들의 문턱을 낮췄다.

김 부장은 "팬스타 미라클호 사례는 중특프 등 정책금융이 중소선사의 신조선 확보를 돕고, 나아가 국내 조선소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실적으로 연결된 대표적인 동반성장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건조 초기 지원에 머물지 않고 영업 환경에 맞춘 유동성 관리와 맞춤형 중소선사 지원 제도를 확대해 국적 선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다만 국제 여객선사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은 이번 사례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김 부장은 "국제 여객 항로는 중국과 일본 노선이 전부인데, 중국 항로는 한중 해운회담 협의상 국적선 투입 시 상대국 선박도 동시 투입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며 "현재 한일·한중 관계와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신규 국제 여객 항로 개설 수요가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김성진 해진공 선박금융부장이 중소선사 정책금융을 주제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해진공



◆ '제2차 중특프' 가동…지원 규모 2배 늘리고 예·도선업 신규 포함

해진공은 2022년 첫선을 보인 중특프 1차 사업을 마감하고, 지원 범위를 대폭 확대한 '제2차 중특프'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 1차 프로그램 당시 28개사 65척에 대해 총 9146억 원(중특프 전용 실적 3887억 원)의 금융 지원이 집행된 바 있다.

이번 2차 중특프는 향후 5년간 1조1000억 원 공급을 목표로 설정했다. 1차 대비 지원 목표액을 2배 이상 늘렸을 뿐만 아니라, 항만 현장에서 입출항을 돕는 예선업과 도선업까지 대상을 늘렸다. 담보인정비율(LTV) 및 대출이자 지원 한도를 상향하고, 연안 여객선 및 내항 화물선이 공동 발주를 진행할 경우 추가 금리 할인을 제공하는 등 혜택도 추가했다.

호혜정 차장은 "1차 대비 규모를 넓혔을 뿐만 아니라, 과거 2년 이내 중소선사였던 신규 중견선사와 지정학적 위기 피해 선사까지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며 "금융 지원을 포함해 사업타당성 검토 비용 지원, 비외감 기업의 외부회계 검토비용 보조, 재무·홍보 컨설팅 등 비금융 종합 패키지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항 1년 4개월 차를 맞은 미라클호는 화물과 여객을 모두 잡으며 성공적인 운항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유태경 기자



◆ 화물 적재량 늘리고 정시성 확보…반도체 장비 등 고부가가치 물류 흡수

한편 취항 1년 4개월 차를 맞은 미라클호는 화물과 여객을 모두 잡으며 성공적인 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신숙미 팬스타그룹 홍보팀장은 "미라클호는 국내 선사가 국내 조선소(대선조선)에 발주하고, 현대리바트 등 국내 기업이 선내 의장에 참여해 국산 인테리어 기술력까지 입증한 모범 사례"라며 "디젤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을 탑재해 탈탄소 친환경 흐름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수익성 면에서도 화물 매출이 전체의 60~70%를 차지하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드림호 대비 여객 정원은 355명으로 줄여 고급화를 꾀한 반면, 화물 적재량은 254TEU로 확대했다. 신 팀장은 "진동에 민감한 반도체 설비나 디스플레이 유리 기판 등 고부가가치 화물을 트레일러째 실을 수 있는 RORO(Roll-on/Roll-off) 방식을 채택했다"며 "오사카 전용 선석을 확보하고 있어 항공 화물 대비 물류비를 90% 절감하면서도 뛰어난 정시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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