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국책은행 지방이전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IBK기업은행의 본점 지방이전이 향후 10년간 41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손실의 약 93%가 기업은행의 핵심 수익모델인 중소기업금융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분석인데, 이에 따른 재무적 손실, 정부의 배당 감소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방이전의 부정적 효과가 매우 구체적인 만큼, 정부가 은행의 특수성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18일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에 학술연구용역으로 의뢰한 'IBK기업은행 본사 지방 이전 파급효과 종합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부가 국책은행 지방이전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IBK기업은행의 본점 지방이전이 향후 10년간 41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손실의 약 93%가 기업은행의 핵심 수익모델인 중소기업금융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분석인데, 이에 따른 재무적 손실, 정부의 배당 감소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방이전의 부정적 효과가 매우 구체적인 만큼, 정부가 은행의 특수성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사진=금융노조 제공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관점에서 본점 지방이전은 연간 5조 8814억원의 순손실(△여신 축소 등에 따른 생산유발효과 손실 6조 2475억원 △이전지역 유입에 따른 편익 3661억원)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누계 기준 순손실 규모는 약 40조 9900억원에 달한다. 학회는 한국은행 2023년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이 같은 요소들을 고려·추정했는데, 이는 본점 부산이전으로 논란이 됐던 산업은행 사례보다 더 큰 규모다.
앞서 한국재무학회는 지난 2023년 산은의 부산이전이 약 15조 4781억원의 손실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본점 이전에 따른 예상손실규모가 약 2.65배에 달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본점 지방이전 시 기업은행의 기관 손실은 10년간 누적 총 1조 7000억~2조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책·가계금융(운영비용 상승 및 핵심인력 이탈·기회손실)에서 총 1조 2000억~1조 8000억원(연평균 1200억~1800억원)의 손실이, 이전비용 관점에서 총 5000억~6000억원(연평균 500억~600억원)의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정책·가계금융 손실의 주 원인은 대내외 요인으로 나뉜다. 대외적으로는 본부-영업점 간 거리 증가에 따른 연성정보 전달 저하로 △여신심사 보수화 △400억원 이상의 대형여신에 대한 본점 전결 지연 △정책·긴급자금 협의 지연 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대내적으로는 △핵심인력 이탈에 따른 금융 전문성 및 거래처 네트워크 약화 △저원가성 예금 유치 경쟁력 약화 등이 혼재돼 고비용 중금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전비용의 경우 △신사옥 건립 및 주거지원 △IT인프라 이전 △인력 재배치 및 업무구조 개편 등이 예상됐다.
이에 학회는 전체 손실의 93.2%가 중기금융 관련 경로에서 비롯될 것으로 내다봤다. 본점 이전 및 수도권 지출 감소에 따른 손실은 6.5%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학회는 본점 이점이 산업계에도 손실을 유발할 것으로 봤는데, 전체 손실의 65%가 중소기업 밀집 부문에, 21%가 대기업 중심 부문에 각각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규모별로 △도소매 및 상품중개서비스 3298억원(중소기업비중 85%) △연구개발 2790억원(65%) △자동차 2546억원(8%)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 2306억원(85%) △전기장비 2260억원(45%) △사업관련 전문서비스 1351억원(65%) 등이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이 영업활동으로 정부에 제공하는 배당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은행은 정부·공공기관에서 68.54%의 지분율을 갖추고 있어, 배당수입 감소가 정부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회 측은 배당성향(32.9%) 기준 연평균 배당총액을 약 7701억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지방이전에 따른 배당 손실은 시나리오에 따라 10년 누적 3948억~7896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결과와 별개로 기업은행 직원들은 본점 지방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임직원 28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설문에 응한 임직원 중 89.0%가 지방이전을 반대했다.
구체적인 이전 반대 이유로 59.4%가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문제'를 꼽았다. 또 △직원의 이직 및 우수 인력 이탈(52.5%) △기업은행 위상 및 경쟁력 약화(52.3%) △주거 이전에 따른 경제적 부담(51.9%) 등이 뒤를 이었다. 아울러 임직원의 86.2%는 '이전한 본점에 근무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91.1%는 '본점으로 가더라도 가족 없이 혼자 갈 것'이라고 답했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방이전의 긍정적 효과는 추상적인 데 비해 부정적 효과는 매우 구체적"이라며 "그래서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이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1차 지방이전의 효과를 검증하겠다고 금융노조에 약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류 위원장은 "금융산업의 특성, 국책은행의 특성,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방이전의 부작용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1차 총파업을 가진 데 이어, 이날 은행연합회 앞에서 금융기관 지방이전 및 주 4.5일제 도입 등의 문제를 두고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