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독특한 수급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물 주식시장에서는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며 차익실현과 리밸런싱에 주력하는 반면, 파생상품인 선물 시장과 공매도 지표에서는 정반대로 강한 매수 우위와 포지션 전환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선 '주가 바닥이 잡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다는 신중론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독특한 수급 행보를 보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들은 현물 시장에서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선물 시장에서는 대규모 순매수 포지션을 구축하며 하방 경직성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선물 간의 괴리는 단순한 수급 이탈로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을 거치면서도 반도체 업황의 대세 하락보다는 반등 시점을 저울질하는 파생 전략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의 미묘한 수급 변화와 맞물려 국내 증시에는 또 다른 대형 변수가 부각되고 있다. 바로 국내 증시의 든든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해왔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당초 예정보다 앞서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전체 매입 예정 물량의 70%를 훌쩍 웃도는 주식을 사들이며 누적 매입액이 10조3078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며 24조39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양사의 자사주 누적 매입액만 무려 34조6978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의 가속화된 매입 속도로 인해 당초 11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이르면 오는 10월 중순께 조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35조원 버팀목'으로 불리던 양사의 자사주 매입이 조기 종료되면서 증시 일각에서는 심각한 '수급 공백' 비상이 걸렸다. 코스피 시가총액과 지수 비중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두 종목의 자사주 매입 자금이 사라질 경우, 지수 하방을 방어할 주체 실종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다가오는 10월 중순 이후의 증시는 자사주 매입 공백을 메울 새로운 수급 주체의 유입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달부터 본격화되는 상장사들의 3분기 '어닝 시즌' 실적 가시화가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투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탄탄한 실적을 증명해 낼 경우, 현물 시장에서 이탈했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복귀하면서 수급 공백 우려를 씻어내고 주가 바닥 다지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전 3거래일간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비중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글로벌 통화 긴축 구간을 무난히 넘긴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항과 양호한 수출 모멘텀, 미·중 정상회담 기대가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지수 '레벨업' 전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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