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항공·인공지능(AI) 기업 스페이스X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이 전해지고 있다. 초기 대규모 투자로 막대한 지분가치 회복을 눈앞에 둔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글로벌 우주 공급망에 편입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테마성 반등을 넘어, 스페이스X의 실적을 견인한 AI 인프라 및 우주 경제(Space Economy) 확장이 국내 증시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안착할지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항공·인공지능(AI) 기업 스페이스X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이 전해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에 파장을 만들었다. 스페이스X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상장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고,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까지 공식화되면서 전일 대비 7.8% 상승한 채로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도 3.4%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스페이스X 변수는 이미 국내 증시에도 작지 않은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지난 21일만 봐도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스페이스X 관련 수혜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국내 대형 증권사 중 선제적으로 스페이스X 초기 투자에 참여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4.02% 오른 2만5900원에 거래를 끝냈다. 비록 이날인 22일 다시금 주가가 약 3% 꺾이긴 했지만 이는 재료 소멸성 하락으로, 그만큼 전 거래일 상승이 스페이스X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스페이스X 공급망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피어(3.23%)와 에이치브이엠(2.81%) 등이 동반 상승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장 초반 9% 넘는 급등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 종목들도 22일 오전장에서는 전일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45억8000만 달러(약 2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1%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27억91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와 직전 분기 대비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발표 직후 미국 시간외거래에서 스페이스X 주가가 한때 10% 가까이 폭등하는 등 글로벌 시장 전체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번 실적 서프라이즈의 일등 공신은 단연 AI 사업을 담당하는 초지능(SI) 부문이었다. 이 부문의 3분기 매출액은 75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30% 폭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23% 뛰어넘었다. 세부적으로는 AI 인프라 매출이 70억2000만 달러에 달해, 커서(Cursor) 인수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직전 분기 대비 19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초지능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작년 동기 15%에서 이번 분기 52%까지 치솟았다. 이는 스페이스X가 단순한 로켓 발사 기업을 넘어 고성장 AI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마쳤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기존 핵심 사업인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스타링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늘어난 52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 및 정부(B2G) 대상 매출이 91% 급증한 21억3000만 달러를 나타내며 가파른 실적 확장을 뒷받침했다. 우주 부문 역시 영업적자가 700만 달러 수준으로 축소되며 시장 예상치(4억3000만 달러 적자)를 대폭 밑돌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직접적인 수혜 주체로 꼽히는 곳은 미래에셋그룹이다. 미래에셋증권 등 계열사들은 스페이스X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전인 2022~2023년 차례로 약 2억7800만 달러를 투입하며 초기 투자자(Key Investor)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스페이스X 관련 투자 성과 규모는 해외법인을 모두 합쳐 약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스페이스X의 주가 변동성은 국내 상장사인 미래에셋증권의 분기 실적에 직접적인 요동을 치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올 초 뉴욕증시에 입성한 스페이스X 주가는 지난 8월 초 공모가(135달러)를 하회하는 108.27달러까지 내려앉으며 단기 조정을 겪었다. 이로 인해 국내 증권가에서는 3분기 중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반영으로 미래에셋증권이 일시적인 실적 부침을 겪었을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하지만 8월 이후 주가가 가파른 반등세를 타며 이달 초에는 171.92달러까지 고점을 높였고, 최근 140~15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3분기 평가손실 우려가 4분기 이후 주가 회복세에 힘입어 대규모 흑자 환원 및 지분가치 재평가로 곧바로 상쇄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소부장 생태계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할지 시선이 쏠린다. 스피어와 에이치브이엠 등은 스페이스X의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기조 속에서 고성능 소재 및 부품 공급 가능성이 부각된 기업들이다. 스페이스X가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향후 스타십(Starship) 발사 대형화 및 위성망 고도화 계획을 재확인한 만큼, 국내 우주항공 관련 부품사들의 수주 모멘텀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무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에 대해 "내년 스타십 고빈도 발사와 함께 스타링크 사업부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테슬라 인수합병은 머스크 지분율이 높은 스페이스X 기업가치에 보다 긍정적인 이벤트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