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애플이 첫 폴더블폰을 출시하며 삼성전자가 7년간 이끌어 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후발주자인 애플의 등장으로 폴더블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축적한 기술과 양산 경험도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의 핵심 패널까지 공급하면서 시장 확대에 따른 삼성의 사업 기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전날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를 국내를 비롯한 주요 국가에 정식 출시했다. 2019년 삼성전자가 첫 갤럭시 폴드를 선보인 지 7년 만이다. 아이폰 듀오는 접었을 때 5.4인치, 펼쳤을 때 7.6인치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다.
출시 초기 구매 열기는 뜨겁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영국 등 주요 애플스토어에는 출시 첫날부터 구매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다만 공급 부족도 뚜렷하다. 국내 초도 물량은 업계 추산 약 2만~3만 대 수준이며, 애플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는 일부 제품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미국 온라인스토어의 평균 배송 지연 기간도 92일에 달했다.
폴더블폰은 화면과 힌지를 정밀하게 결합해야 하는 데다 반복적인 접힘에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첫 제품 출시 이후 두께와 무게, 화면 주름과 내구성을 꾸준히 개선하며 양산 경험을 쌓아왔다. 올해 선보인 갤럭시 Z 폴드8을 비롯한 신제품은 국내 사전판매에서 144만 대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폴드8의 비중은 약 70%를 차지했다.
제품 가격과 사용성에서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드러난다. 아이폰 듀오의 국내 출고가는 256GB 기준 329만 원으로, 같은 용량의 갤럭시 Z 폴드8(227만8100원)보다 101만1900원 비싸다. 무게 역시 갤럭시 Z 폴드8이 201g으로 아이폰 듀오(254g)보다 53g 가볍고, 접었을 때 두께도 9.7㎜로 아이폰 듀오(11.3㎜)보다 얇다.
대화면 활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갤럭시 Z 폴드8은 3개 이상의 앱을 동시에 실행하고 각 화면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아이폰 듀오는 화면 분할 비율이 5대 5로 제한된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아이폰 듀오의 한 손 조작이 어렵고 일부 앱이 화면 비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와이어드 역시 멀티태스킹 기능의 제약을 지적했다.
구매 이후 관리 비용도 비교 대상이다.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아이폰 듀오의 내부 디스플레이 예상 교체 비용은 164만9000원으로, 갤럭시 Z 폴드8의 77만4000원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다만 갤럭시의 수리비는 기존 부품 반납 조건이며 실제 부담액은 파손 범위와 보장 서비스 가입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 아이폰 듀오에도 삼성 OLED… 애플 흥행까지 사업 기회로
애플의 첫 폴더블폰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탑재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 듀오의 핵심 패널을 단독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의 폴더블 시장 진입은 부품 사업에서도 새로운 매출 기회가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완제품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양사에 패널을 공급하는 구조다.
폴더블 OLED는 반복적인 접힘에도 밝기와 화질을 유지해야 하며, 얇은 패널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중국 BOE 등 경쟁사들도 폴더블 OLED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애플의 첫 제품에 들어가는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량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 폴더블폰을 통해 쌓은 기술력과 양산 경험을 애플 공급망에서도 인정받은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세계 폴더블 OLED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66%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아이폰 듀오에 들어가는 폴더블 패널의 공급 가격을 단말기 한 대당 약 330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판매 확대가 삼성디스플레이의 고부가 패널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패널 수요 확대에 대비해 생산시설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공사를 잠정 중단했던 충남 아산 2단지 A7 신공장의 골조 공사를 5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8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26)에서 A7 공장의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폴더블 OLED를 꼽으며 새로운 기술과 공정 도입을 위한 생산 공간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도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약 13% 증가한 229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8%, 애플이 25%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의 첫 제품 출시가 폴더블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높이면서 시장 전체의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의 시장 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지난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기자간담회에서 폴더블 시장에 더 많은 기업이 진입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은 갤럭시를 통해 확보한 제품 경쟁력에 더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향 패널 공급까지 갖춘 만큼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양쪽에서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애플의 진입은 폴더블폰이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논의할 단계로 넘어왔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는 가격과 내구성, 생산 수율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제조사뿐 아니라 핵심 부품업체들의 양산 능력과 공급망 경쟁력도 함께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