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국내 증시가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가운데 지수 흐름과 개별 종목의 주가 움직임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가 지수 반등을 이끌더라도 상당수 종목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매도세까지 이어지면서 증시 회복의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가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가운데 지수 흐름과 개별 종목의 주가 움직임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9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5.83포인트(1.01%) 내린 5494.47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18.30포인트(2.43%) 하락한 733.39를 나타냈다.
최근 국내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거친 뒤에도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7000선을 웃돌던 코스피는 지난 23일 5550.30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1일 3.29% 급등했다가 이튿날 3.52% 급락하는 등 하루 사이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반등이 나타나는 날에도 상승세에 동참하는 종목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23일 코스피는 0.30% 상승 마감했지만 상승 종목은 173개에 그쳤다. 반면 하락 종목은 719개로, 보합을 제외한 상승·하락 종목의 80.6%가 약세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26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낮 12시 9분 기준 코스피 상승 종목은 109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 종목은 783개에 달했다. 상승·하락 종목 가운데 하락 비율은 87.8%로 높아졌다.
코스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같은 시각 상승 종목은 359개, 하락 종목은 1321개로 집계됐다. 하락 종목 비율은 78.6%에 달했다.
최근 지수와 개별 종목의 흐름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일부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비중이 큰 종목의 주가 변화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일부 대형주가 상승하면 다수 종목이 하락하더라도 지수는 오를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3일 SK하이닉스는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 중단 소식에 4.01%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6.47% 급등했고 SK스퀘어는 2.66% 올랐다.
반면 현대차와 KB금융,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하락했다. 삼성전자도 보합에 머물렀다. 지수를 끌어올린 일부 대형주와 나머지 종목 사이에 뚜렷한 온도차가 나타난 것이다.
이날도 반도체와 금융, 자동차, 방산 등 주요 업종 전반에서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KB금융 등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등 방산·조선 관련 종목도 매도 압력을 받고 있다.
코스닥에서는 이차전지와 반도체 소재·장비주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성엔지니어링, 이오테크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당수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수급도 시장 전반의 반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3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967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이 8694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외국인 매도세까지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낮 12시 9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4877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2651억원, 1936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61억원, 639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개인은 1120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도 물량을 받아내는 모습이다.
최근 증시에서는 기관의 매수세가 지수 하락을 방어하거나 일부 대형주의 반등을 이끌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시장 전체가 회복되는 흐름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의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외국인의 투자 방향은 지수 변동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 변화가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주 예정된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시장의 관심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전망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계획은 향후 투자심리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는 일부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더라도 상당수 종목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지수와 체감 시장의 괴리가 뚜렷하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려면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실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매수세가 중소형주를 비롯한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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