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거래소의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명단 첫 공표를 일주일 앞두고 상장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지정 회피를 위한 개선안을 제출하며 잰걸음을 걷고 있다. 당국의 이번 조치는 낮은 주가를 방치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상당수 기업이 외부 환경과 구조적 한계를 저평가의 원인으로 진단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영진 보상체계 연동 등 핵심 지표 실천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국거래소의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명단 첫 공표를 일주일 앞두고 상장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내달 2일 저PBR 기업 명단을 최초로 공표할 예정인 가운데 상장기업들의 긴장감이 올라가고 있다. 이번 공표 제도는 직전 7거래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에 한해 1년간 공표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제도의 도입 취지가 '낮은 주가를 시장에 방치해 온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데 있는 만큼 명단 공개일을 목전에 두고 상장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실제로 최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반에서는 지정 예고를 피하기 위한 개선계획 공시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 등에 의하면 코스피 34개사와 코스닥 28개사 등 총 62개사가 마감 직전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서둘러 제출하며 소위 '방어전'에 나섰다. 제출 기업 명단에는 BNK금융지주, 롯데지주, 한화손해보험, F&F홀딩스, 동국제강, 상상인 등 주요 상장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에 명단이 공개될 경우 약 200개 안팎의 상장사가 저PBR 불명예 낙인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최근 6개 반기 연속으로 업종별 PBR이 유가증권시장 하위 25%, 코스닥시장 하위 10%에 머문 기업들이 타겟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6년간(12개 반기) 연속으로 하위 기준에 해당한 장기 저평가 기업의 경우, 형식적인 계획을 공시하더라도 공표 유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직접 명단에 오를 수 있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상장사들이 제출한 개선계획의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기업은 저평가의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환율 변동성 등 외부 경영 환경과 전통 제조업 중심의 구조적 한계를 지목했다. 이들은 비핵심 자산 매각, 주주환원율 제고, 자사주 소각 등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주가 부양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F&F홀딩스나 동국제강 등 일부 기업들은 구체적인 PBR 목표치를 설정하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상장사들이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상장사 비율은 전체 상장사 대비 아직 26% 수준에 머물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제출된 계획서의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실행 담보 장치가 빠져 있거나, 재무 건전성 안정을 이유로 소극적인 주주환원 계획에 그친 경우가 많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장 큰 지적을 받는 대목은 경영진의 성과 보상체계와 주가 지표의 '연동 미흡' 부분이다.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치 제고가 이루어지려면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고 주주 이익과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평가가 많지만, 다수의 기업들이 핵심 성과 지표(KPI)에 주가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연동 방안을 뚜렷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번 계획 공시가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시장에 주게 될 경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번 저PBR 명단 공개가 단순한 '경고장' 수준을 넘어 기업의 체질 개선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본래 목적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