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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주52시간제 ‘갑론을박’…재계 “근로시간 유연화 필요”

입력 2026-10-27 16:22:51 | 수정 2026-10-27 16:31:26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예외 적용 문제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과 근로자 건강권 및 헌법상 근로조건 법정주의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가운데, 재계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예외 적용 문제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노동부 종합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초광역특구법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에는 △주 52시간을 예외로 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특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등이 담긴 노동특례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주 52시간 예외 조항은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부는 물론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감에서도 해당 조항의 필요성과 적법성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주52시간 예외에 대해 빠른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초광역특구에 230개 규제 특례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반도체 등 핵심 R&D 인력 근로시간 특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부 장관은 노동 관련 예외 조항들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노동부에서는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며 “의견이 다르니까 통일된 입장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는 “실무협의회만 5번 했는데 진전이 없고, 언제까지 하겠다는 시한도 없다”며 “시한이 정해져야 입법에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특례가 포함된 법안과 포함되지 않은 법안이 동시에 발의된 것에 대해서도 “근로시간 특례 포함된 입법을 포기하고 시행령 땜질로 마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용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에 대해 헌법상 ‘근로조건 법정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 5일제, 선택적·탄력적 근무시간, 연장근로 한도, 가산 수당 등을 다 배제하는 것”이라며 “가장 핵심적인 노동법의 조항들을 근로자와의 서면합의로 정하는 것은 노동조건 법정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 재계 “기술 경쟁력 확보 위해서는 근로시간 예외 필수”

이처럼 여야가 근로시간 특례의 필요성과 법적 타당성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재계는 첨단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개발 일정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근로시간 규제가 기술 개발과 투자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에서는 첨단 기술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집약 산업은 신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 기술 검증 과정에서 업무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경우가 있다. R&D 일정이 글로벌 경쟁사의 기술 개발 속도나 고객사의 제품 출시 일정에 맞춰 진행되는 만큼 일률적인 근로시간 규제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반도체와 AI 분야는 기술 선점 여부가 향후 시장 지배력을 좌우할 수 있어 R&D에 필요한 시간을 적시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집중적인 업무가 필요한 시기에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연구 일정 지연을 줄이고 제품 개발과 상용화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근로시간 제도가 기업의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와 AI 분야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한 만큼, 기업은 투자처를 결정할 때 연구개발 환경과 전문인력 확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국내에서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투입하기 어렵다면 해외 연구·생산 거점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투자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 중장기 고용 확대 등 선순환을 위해서라도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는 단순히 기업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경제의 미래와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입법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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