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날에 이어 27일에도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던 야권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이어간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보수 진영 내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전날 그동안 각을 세웠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도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다만 한동훈·이준석 등 보수 진영 주요 인사들의 연대 구상을 둘러싸고는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어 오 시장이 보수 통합을 어디까지 구체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저녁 전날 일정 등으로 만찬에 참석하지 못한 권영진·엄태영·김소희·박수민·서명옥 의원과 만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23일 항소심 선고 당시 법원을 찾아 응원한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보수 진영의 통합과 향후 역할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잠수교 일대에서 잠수교 보행전용교 전환을 앞두고 현장점검을 마친 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10.25 [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앞서 오 시장은 전날 국민의힘 소속 김미애·김석기·신성범·윤상현·이만희·이상휘·조은희·조정훈 의원, 그리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과 만찬을 가졌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시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보수가 통합해 정치를 잘해서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이 보수 통합 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당 지도부와 비당권파, 친한동훈계, 개혁신당 인사들 사이에서 오 시장이 어떤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향후 보수 진영 재편 논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오 시장은 전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7주기 추도식에서도 장동혁 대표와 만나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두 사람은 그동안 당 노선과 공천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해 왔으나, 오 시장이 장 대표가 재판 과정에서 당 차원의 목소리를 내준 데 대해 고마움을 전하며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트는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0.23./사진=연합뉴스
다만 보수 통합론을 둘러싼 여권 내 역학관계는 여전히 복잡하다. 오 시장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 보수 진영의 여러 인사가 함께해야 한다는 취지로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의원도 오 시장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손 놓은 적 없다"고 화답했다.
반면 이준석 의원은 한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의원은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한 의원을 향해 "본인의 정략적 목표를 위해서 안에다 수류탄 까 넣은 사람은, 이 사람은 한 손 정도는 들고 서 있어야 한다"며 "뒤에서 공작하고 이런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이 의원은 전날 오 시장과의 만찬 자리에서 '오세훈'으로 "오뚝이처럼, 세파를 이겨내니, 훈풍이로다"라는 삼행시를 지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를 두고 친한계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 시장이 승소한 뒤 사진에 나오려고 얼굴 들이밀던 정치인들이 떠오른다"며 "얼굴 들이미는 것보다는 삼행시가 훨씬 우아하지 아니한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7주기 추모식에서 묘소에 분향한 뒤 이동하고 있다. 2026.10.26 [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전날 만찬에서는 구체적인 '오한연대(오세훈-한동훈)' 시나리오가 깊이 있게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 참석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오 시장은 주로 듣는 입장이었고 의원들이 돌아가며 당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잘 해달라는 덕담을 건넸다"며 "오세훈·한동훈 연대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항소심 무죄 판결만으로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재판 결과가 오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연쇄 만찬을 통한 접촉면 확대가 실제 정치적 연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오 시장 '보수 통합 역할론'과 관련해 "2028년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의 승리가 우리 당에 굉장히 필요하지 않나"라며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