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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농산물, 농약 안전관리 강화…수출 비관세장벽 넘는다

입력 2026-10-28 14:00:00 | 수정 2026-10-28 14:00:00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K-농산물의 해외 수출 확대를 가로막아 온 농약 잔류허용기준 문제가 체계적인 안전관리와 수입국 맞춤형 대응을 통해 개선되고 있다. 농약 안전사용지침 확대와 수입국의 잔류허용기준 설정, 수출 농가 교육 등을 연계한 선제적 관리가 통관 기간 단축과 위반 감소 등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면서 농산물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수출 농산물의 안전성을 높이고 해외 시장의 비관세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농약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수출 농산물 농약 안전사용지침으로 농진청이 그간 개발해 보급한 품목이 13개국 30작물 86종에 이른다./자료=농진청



농식품 수출액은 2020년 75억7000만 달러에서 2025년 104억1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도 53억819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 늘었다. K-문화 확산과 함께 한국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출국별로 다른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안정적인 해외 시장 진출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산물은 국내에서 적법하게 생산됐더라도 수입국에 해당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이 없거나 기준을 초과하면 통관이 거부될 수 있다. 현지 폐기나 반송에 따른 손실은 물론 추가 검사와 납기 지연, 국가와 수출업체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농약 사용 단계부터 수입국 기준을 반영하고, 현장 교육과 기준 설정 지원을 통해 통관 위험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수출 대상국별 농약 안전사용지침을 확대 중이다. 농진청은 2003년 6개국 12작물 32종으로 시작한 지침을 2026년 현재 13개국 30작물 86종으로 확대했다.

수입국의 농약 관리 정책과 주요 수출 품목, 신규 시장 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침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태국 수출 딸기·포도, 중국 수출 감, 호주 수출 참외 등 새로운 품목에 대한 안전사용 정보도 마련했으며, 대만 수출 상추 등 신규 지침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지침에는 수입국의 잔류허용기준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농약과 사용 방법 등이 반영된다. 국내 등록 농약이라도 수입국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출용 농산물 생산에 사용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별 기준에 맞는 정보를 농가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활용성도 높였다. 농진청은 농약 사용 전 최신 지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를 개발하고, 농약 보관창고와 작업장, 비닐하우스 등에 걸어둘 수 있는 안내판 약 1만5000부를 배부했다. 수입국 기준이 변경되면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현장에 전달해 잘못된 농약 사용과 통관 거부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수출 농산물에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도 진행되고 있다.

농진청은 일본·대만 등 수입국과 협의해 19개 작물에 대한 수입농산물 잔류허용기준(IT) 111건을 설정했다. 국내에서 실시한 농약 잔류시험 결과를 토대로 수입국에 기준 신설을 신청하고, 해당 국가가 이를 설정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수입국에 기준이 없는 농약은 사용이 제한되거나 엄격한 잔류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수출국 입장에서는 국내에 등록된 농약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필요한 병해충 방제 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농진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국 기준 설정을 추진하는 한편, 수입국 기준은 있지만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의 국내 등록도 지원하고 있다.

IT 기준 설정은 잔류시험 자료 준비와 수입국 심사 등을 거쳐야 하므로 통상 3~4년이 걸린다. 농진청은 2024년부터 관련 기관과 농약업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며 기준 설정과 현장 적용을 지원하고 있다.

정책 효과는 일본 수출 고추와 대만 수출 포도 사례에서 확인된다.

일본 수출 고추는 농약 성분인 헥사코나졸이 반복 검출되면서 수입국의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농약에 적용되는 기준 문제로 통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농진청은 일본과 협의해 2024년 9월 헥사코나졸의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했다.

이후 검사 부담이 완화되면서 기존에 1주일 이상 걸리던 통관 기간이 1~2일로 단축됐다. 수출량은 2023년 694톤에서 이후 928톤으로 33% 증가했다. 같은 해 3월 테부펜피라드의 기준 설정도 일본 수출 고추의 통관 개선에 기여했다.

대만 수출 포도 역시 기준 설정을 통해 위반 위험을 줄인 사례다. 농진청 자료에 따르면 포도에서 테트라닐리프롤이 검출돼 2023년 4건, 2024년 14건, 2025년 초 2건 등 총 20건의 통관 위반이 발생했다. 위반 물량은 총 8만9980kg으로 집계됐으며, 해당 연도 평균 수출단가를 적용한 추정 상품 가액은 91만8743달러였다.

2025년 3월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이후에는 추가 위반이 확인되지 않았다. 사전등록제와 농가 대상 안전교육을 병행한 결과다. 사전등록제는 수출업체와 농가에 고유 등록번호를 부여해 생산 단계부터 수출 과정까지 안전성을 관리하는 제도다.

이 같은 성과는 농약 잔류허용기준 문제가 생산단계의 안전관리뿐 아니라 수출 물류와 비용, 시장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최근 수출 농산물의 통관 기준 위반 건수도 감소세를 보였다. 농진청이 집계한 대만·일본·미국·태국 수출 농산물의 위반 건수는 2021년 33건, 2022년 21건, 2023년 17건이었다. 2024년에는 대만 수출 포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49건으로 늘었지만, 2025년에는 16건으로 줄었다. 2026년은 9월까지 9건으로 집계됐다.

위반 원인은 수입국에 잔류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의 검출, 수출용으로 관리되지 않은 농산물의 혼입,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재수출하는 과정에서의 부적합 등 다양하다. 이에 따라 기준 설정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생산과 선별, 유통, 수출 단계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다.

농진청은 농가와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수입국별 농약 사용법과 재배기술, 병해충 방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관련 교육은 대면 17회, 온라인 64회 등 총 81회 실시했다. 통관 기준을 위반한 업체 18곳에 대해서는 위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현장 상담을 통해 재발 방지를 지원했다.

농약 안전관리 체계는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농진청은 현재까지 구축한 3만6000여 건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농가와 농약 판매관리인 등이 필요한 정보를 자연어 대화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AI 이삭이’를 활용해 농약 안전사용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농약 사용 가능 여부와 잔류허용기준은 작물과 농약 성분, 수출 대상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 전 정확성 검증과 현장 실증이 필요하다. 농진청도 관련 검증을 거쳐 AI 서비스의 활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성제훈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수출 농산물의 농약 안전관리는 생산단계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정교한 작업”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농산물이 세계 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안정적으로 돌파하고 K-농산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현장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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