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AI 강국 향한 또 다른 해법… 한국의 무기는 '산업 경쟁력'

입력 2026-10-28 15:08:20 | 수정 2026-10-28 15:08:20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한국이 인공지능(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자 모델 개발과 함께 반도체와 제조업 등 기존 산업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첨단 AI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자금과 인프라가 필요한 만큼 한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 공급망과 제조 역량을 글로벌 AI 기업과의 기술 협력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 첨단 AI 기술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권을 확보하고 국내 산업의 사업 주도권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AI 이미지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AI 강국을 중심으로 최첨단 AI 모델 개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AI 주권 확보 전략에도 다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독자 AI 모델 개발에 상당한 자금과 인프라가 필요한 만큼 한국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와 제조업 등을 글로벌 AI 기업과의 기술 협력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유럽의 AI 정책 전문가들도 한국이 자체 프런티어 AI 모델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기보다 반도체 공급망과 제조업 경쟁력을 활용해 해외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한국의 HBM 생산 능력을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지목했다.

HBM은 AI 가속기에 탑재돼 대규모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공급망의 주요 기업으로, 첨단 AI 모델의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AI 연산 수요가 커질수록 고성능 메모리의 안정적인 공급도 중요해지는 만큼 국내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을 기술 협력으로 연결할 여지가 있다.

물론 반도체 공급 능력이 곧바로 해외 AI 모델의 이용 권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글로벌 AI 기업에도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장기 공급 계약과 공동 기술 개발 등 협력 범위를 넓혀갈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제조·AI 인프라까지… 기술 협력 넓히는 산업 기반

제조업 기반도 한국이 피지컬 AI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이나 기계의 움직임을 판단하고 제어하는 기술로,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다양한 작업 환경과 설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 제조 공정과 로봇 운영 경험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AI 개발사에 중요한 협력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설비 제어와 공정 자동화, 품질 관리 등에서 오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 특히 로봇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제조 역량은 해외 AI 기술을 국내 산업에 적용하는 데 활용될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 개발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도 중요하다. 생산 공정과 설비 운영 정보는 기업의 핵심 기술과 연결되는 만큼 해외 AI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민감한 데이터를 국내에서 관리하고 자체 시스템과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AI 기술을 도입하는 조건뿐 아니라 이를 어떤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는지도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셈이다.

국내 통신·클라우드 기업들이 구축하는 AI 데이터센터도 기술 선택권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 등은 AI 연산 인프라 확충과 기업용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 충분한 연산 자원과 보안·운영 체계를 갖추면 해외 AI 모델을 활용하면서도 기업의 데이터 관리와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기업용 AI 시장에서는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보안과 서비스 안정성, 기존 업무 시스템과의 연동이 중요하다. 국내 통신·클라우드 기업들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와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AI 개발사와의 협력에서도 역할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 해외 첨단 모델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이 이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자체 AI 모델 개발의 필요성도 여전하다.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제한에 대응하려면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모델과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다만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을 추격하기보다 자체 개발이 필요한 영역과 해외 기술을 활용할 영역을 구분해 투자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주권은 필요한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한국은 HBM과 첨단 제조 공정, 산업 데이터 등 글로벌 AI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산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기술 협력의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 AI 모델에 대한 장기적인 이용 권한과 국내 인프라에서의 운영 자율성까지 확보한다면 특정 기업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면서 국내 산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