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산업 부문 탄소중립을 앞당기기 위한 핵심기술로 산업용 히트펌프가 주목받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화석연료 보일러가 담당하던 공정열을 전기로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과 미활용 열원을 재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정부는 산업용 히트펌프의 기술개발과 실증을 확대하고, 관련 연구개발과 제조산업 육성을 통해 산업공정의 탈탄소 전환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9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산업계와 연구기관, 에너지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산업계 열에너지 탈탄소 전환을 위한 산업용 히트펌프 기술개발 및 활용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산업용 대형 히트펌프 국내외 기술개발 동향을 점검하고 산업 현장으로의 보급 확대와 탈탄소 방안과 국산화 등 정책 지원방안 등이 논의됐다.
기후부가 ‘산업계 열에너지 탈탄소 전환을 위한 산업용 히트펌프 기술개발 및 활용 토론회’를 개최하고 산업 부문 촉진방안을 모색했다./자료사진=삼성전자
산업용 히트펌프는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산업 부문은 2024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8%를 차지하며, 산업 부문 에너지소비량 가운데 70% 이상이 열에너지 생산에 사용된다. 제조공정에서 필요한 열을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산업 부문의 실질적인 탄소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히트펌프는 공기열이나 수열 등 저온의 열원에서 열을 흡수해 더 높은 온도의 열로 전환하는 장치다. 전기를 이용해 구동하지만 투입한 전기보다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전기저항식 가열 방식이나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할 경우 에너지 효율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감축 효과는 전력의 탄소집약도와 설비 효율, 운전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가정용 히트펌프가 주로 냉난방에 활용되는 것과 달리 산업용은 대규모 열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 용량도 메가와트(MW)급으로 커지며, 제지·화학·식품 등 다양한 산업의 건조와 가공, 화학반응 등에 필요한 고온의 공정열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다시 활용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버려지는 열을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국제기구들도 산업용 히트펌프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00℃ 이하 산업 공정열의 탈탄소 전환에서 히트펌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역시 산업 부문 히트펌프 보급이 2050년 8000만 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공정의 전기화가 주요국의 에너지 전환 과제로 부상하면서 관련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온·대용량 산업용 히트펌프 기술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기후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제지산업에서 발생하는 약 38℃의 폐열을 활용해 100℃ 이상의 고온수를 생산하는 3.5MW급 히트펌프의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대규모 열 수요가 발생하는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기술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180℃ 이상의 고온 증기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용 히트펌프의 요소기술과 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산업공정에 필요한 온도 수준이 높을수록 열을 끌어올리는 기술적 난도가 커지는 만큼, 고온 운전과 대용량화, 시스템 효율 확보가 상용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꼽힌다.
기후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되는 산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산업용 히트펌프 연구개발(R&D) 로드맵을 보강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와 산업공정의 탄소 감축 경로를 구체화하고 열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산업부문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고온 히트펌프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원천기술 국산화를 위한 선제적 연구개발 예산 확대와 히트펌프 제조산업 육성 의지를 밝혔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