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남해 연안에서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대량 출현하는 시기가 약 한 달 반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멸치의 주요 먹이인 식물플랑크톤 증식 시기까지 늦어지면서 멸치 산란기와의 간격도 벌어졌다. 해양 생물들의 계절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최근 10년간 멸치 어획량이 약 25%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 결과 남해 연안에서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대량 출현하는 시기가 약 한 달 반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사진=KIOST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강정훈 박사(남해연구소장) 연구팀이 2010~2020년 남해 연안의 수온과 식물플랑크톤, 해파리 출현 시기, 멸치 어획량 자료를 종합 분석해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수온 변화에 따라 분석 기간을 2010~2013년, 2014~2016년, 2017~2020년 등 세 구간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수온 상승과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조기 출현, 식물플랑크톤 감소가 멸치 어획량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노무라입깃해파리 대발생의 정점은 9월 하순에서 8월 중순으로 약 1.5개월 앞당겨졌다. 연중 출현 정점이 268일째에서 225일째로 이동한 것이다. 연구팀은 봄·여름철인 4~7월 대마난류 유입량이 늘면서 해파리가 남해 연안에 일찍 도달한 것으로 봤다.
해파리 출현 시기가 빨라지면서 멸치 산란기와 겹치는 기간도 2014년 이후 늘어났다. 어린 멸치와 해파리는 모두 동물플랑크톤을 먹이로 삼아 먹이 경쟁을 벌일 수 있다. 해파리는 3㎜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먹이도 삼킬 수 있어 멸치 알과 갓 부화한 어린 개체를 잡아먹기도 한다.
멸치의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식물플랑크톤의 변화도 확인됐다. 식물플랑크톤은 일반적으로 봄·여름철에 크게 증식하지만, 2017~2020년에는 여름철 증가세가 둔화됐다. 증식이 가장 활발한 시기도 늦여름으로 밀리면서 멸치 산란이 활발한 6~7월과 어긋났다.
멸치가 산란하고 성장하는 시기에 먹이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먹이를 놓고 경쟁하거나 알과 어린 개체를 포식하는 해파리는 더 일찍 나타나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실제 분석 기간 멸치 어획량도 감소했다. 7~12월 기준 연평균 생산량은 시기별로 11만 3700톤, 8만 8450톤, 8만 5010톤으로 줄었다. 첫 번째 구간과 마지막 구간을 비교하면 약 25% 감소한 규모다.
다만 연구팀은 해파리와 식물플랑크톤의 변화만으로 멸치 어획량 감소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봤다. 어획량은 어업 활동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해양 환경 변화와 멸치 자원 변동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해파리의 대발생 규모뿐 아니라 출현 시기의 변화에도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국내 해파리 대발생에 따른 어업 피해가 연간 최대 약 2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멸치는 고등어 등 주요 어종의 먹이이기도 해 자원 감소가 다른 수산자원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강정훈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해파리의 출현 규모뿐 아니라 출현 시기도 멸치 어획량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수산자원을 관리할 때 해파리 출현과 식물플랑크톤 증식, 멸치 산란의 계절적 변화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파리와 식물플랑크톤에 대한 자료는 앞으로 멸치 자원 관리의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Marine Environmental Research'에 게재됐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