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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 창간 15주년 특별기획③]AI로 생산성 높이는 대기업…중기는 인력·비용에 발목

입력 2026-10-29 11:08:07 | 수정 2026-10-29 11:26:11
문수호 부장 | msh14@mediapen.com
미디어펜은 2026년 연중기획 ‘AI와 시장경제 2.0,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다’를 통해 AI혁명이 가져오는 산업과 시장의 변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시장경제는 어떤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는지 살펴봤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미디어펜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되짚어보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해외 주요국의 정책과 기업 사례, 국제기구의 분석과 통계를 바탕으로 2026년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시장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한 해의 변화와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인공지능(AI)이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반도체 설계와 생산공정을 혁신하고 있는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전문인력과 투자비용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는 중소기업에도 기회다. 적은 인력으로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생산설비의 고장을 예측하며 품질관리를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을 구매하는 것과 실제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전문인력, 업무체계를 갖췄는지가 성과를 좌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발표한 중소기업 AI 활용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의 AI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사업 운영에 기술을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수준은 기업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도입이 새로운 경쟁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AI 시대를 맞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AI 활용에서도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사진=AI 이미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AI 활용부터 격차

OECD의 한국 AI 노동시장 보고서에 인용된 기업 정보화 통계에 따르면 종사자 250명 이상 기업의 AI 활용률은 63.3%에 달했다. 반면 종사자 50~249명 기업은 27.4%에 그쳤다. 대기업의 AI 활용률이 중소기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데이터와 디지털 인프라,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쉬운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중소기업은 초기 투자비용뿐 아니라 도입 이후 기술을 관리할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도입에 들어간 평균 비용은 11억3000만 원이었다. 중소기업은 평균 7억5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스마트공장 도입기업 가운데 기초 수준에 머무는 비중은 75.5%에 달했다. 중견기업은 중간 수준 이상의 스마트공장 비중이 40.3%였지만 중기업은 29.0%, 소기업은 22.6%에 그쳤다. 생산설비를 디지털화하는 단계에서도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AI 활용의 격차는 단순한 기술 보유 여부를 넘어 제품 개발과 품질관리, 납기 대응 등 제조업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 도입보다 중요한 현장 적용…생산성 개선이 승부처

OECD가 지난 4월 발표한 '2026년 중소기업 AI 활용 조사'는 12개국 2000여 개 중소기업의 AI 활용 실태를 분석했다.
조사에서는 중소기업의 범용 AI 도구 활용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개별 업무에 특화된 AI나 AI 에이전트 활용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AI를 기업의 생산·영업·관리 업무에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수준은 고르지 않았다. 업무시간 부족과 유지관리 비용,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부족 등이 주요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한국 중소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OECD의 한국 AI 노동시장 분석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인력 부족을 경험한 국내 중소기업의 비중은 37%였다. 이 가운데 27%는 생성형 AI가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직원의 기술과 경험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 가운데서는 47%가 생성형 AI를 통해 이를 일부 보완하고 있다고 답했다.

AI가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AI가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기존 업무와 생산공정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자율제조플랫폼협회 대표는 지난 7월 중기부 정책협의체에서 “중소기업이 원하는 것은 기술의 실제적인 현장적용이다”라며 “AI 기술검증을 넘어 시스템의 연계성과 데이터 표준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의 계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 자체보다 현장 데이터와 설비를 연결해 실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부도 제조 AI 확산 지원…중소기업 경쟁력 시험대

정부는 중소 제조기업의 AI 도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제조 AI 특화 스마트공장 구축지원사업을 통해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AI 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AI 에이전트와 온디바이스 AI 등을 활용한 공정 최적화, 설비 고장 예측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AI 공장 구축에는 기업당 최대 2억원, 데이터 수집과 검증에는 최대 5000만 원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컨설팅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중소기업 AI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별 업무환경에 맞는 AI 활용 프로젝트와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자체 인력을 활용해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중기부는 지난 9월 AI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 비용 절감, 매출 증가 등의 성과를 거둔 중소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우수사례 공모도 진행했다.

AI 전환의 성패를 기술 도입 건수가 아니라 실제 경영성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별 업종과 생산공정에 맞는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는 지난 7월 중기부 정책협의체에서 지역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AI 전환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지역별·산업별 'AX 데이터 허브'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개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이터와 기술 기반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AI 시대에는 기업 규모보다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 AI를 통해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정체를 극복한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AI 활용 격차가 지속될 경우 제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27년 한국 중소기업의 과제는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하느냐보다 기술을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새로운 매출 창출로 연결하는 것이다. AI 전환이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그치지 않고 중소 제조기업의 성장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가 한국 산업의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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