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대한민국 대중문화사의 거목이자 수십 년 간 온 국민의 가슴속에 가장 따뜻한 '국민 아버지'로 자리해 온 배우 고(故) 최불암(본명 최영한)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별세 이튿날인 31일 어제 하루 동안에도 대중연예인을 비롯한 각계 주요 인사들과 일반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비보가 전해진 첫날에 이어 어제(31일) 진행된 조문 현장은 고인이 생전 대중문화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얼마나 깊고 웅숭깊은 발자취를 남겼는지를 실감케 하는 깊은 비통함과 추모의 열기로 하루 종일 가득 차 있었다.
오지명·정한용·이정섭 등 원로 배우와 '전원일기' 동료들의 비통한 재회
어제 빈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고인과 한 시대를 풍미하며 한국 대중문화의 기틀을 다졌던 동료 원로 연예인들과 연기자들의 진정성 있는 조문이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최불암의 빈소에는 이틀째인 31일도 동료 배우들은 물론 정재계 인사들과 일반 시민들의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사진=연합뉴스
오랫동안 언론 노출을 아꼈던 원로 배우 오지명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장례식장을 찾아 영정 속 고인의 환한 너털웃음을 바라보며 참아왔던 눈시울을 적셨다. 오지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수십 년간 함께 무대와 카메라 앞을 누볐던 소중한 동료이자 한국 방송계의 가장 큰 기둥을 잃었다"며 "더 오래 곁에 계셔주며 후배들의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랐는데 이토록 허망하게 먼저 떠나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과 연극 무대 및 다양한 방송 작품을 오가며 깊은 인연을 맺어온 배우 정한용 역시 조문을 마친 뒤 "최불암 선생님은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넘어,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삶의 지혜와 따뜻한 인간미를 몸소 보여주신 참된 스승이자 어른이셨다"라며 고인의 고결했던 인품을 소회했다. 또한 특유의 정갈한 솜씨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생전 고인과 깊은 친분을 쌓아온 방송인 이정섭도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아 영전에 헌화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무엇보다 22년간 방송되며 대한민국 농촌의 따뜻한 정과 가족의 표상을 그려낸 MBC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의 출연진과 제작진의 발길도 온종일 이어졌다. 극 중 양촌리 식구들과 동네 주민들로 오랜 세월 고인과 진짜 가족처럼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동료 배우들은 영정 앞에 엎드려 오열하며, 시대를 함께 건너온 '큰 아버지'의 황망한 부고에 비통함을 쏟아냈다.
정의선 회장·박찬호 등 재계·체육계 인사들의 잇따른 조문
고 최불암의 헌신과 온기 어린 영향력은 대중문화를 넘어 재계와 체육계 등 사회 각계각층으로 넓게 퍼져 있었다. 어제 하루 동안 각 분야의 주요 인사들이 직접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지켰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직접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정 회장은 조문을 마친 후 "고인께서는 대한민국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절마다 온 국민의 마음을 넉넉하게 보듬어주셨던 위대한 거목이셨다"라며 "그분이 생전에 남기신 따뜻한 유산과 국민적 사랑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 전 야구선수도 빈소를 찾았다. 박찬호는 "어릴 적부터 TV를 통해 선생님의 자상한 모습을 보며 큰 위로를 받았고, 운동선수로 활동할 때도 선생님께서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며 "하늘나라에서도 한국 스포츠와 국민들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외에도 정계 관계자들과 주요 공공기관 단체장들이 빈소를 연이어 방문하며, 생전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고 40여 년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을 맡아 나눔에 앞장섰던 고인의 숭고한 발자취를 다 함께 기렸다.
"우리들의 영원한 아버지"…밤늦게까지 이어진 소시민들의 추모 물결
유명 인사들의 조문 행렬과 더불어 어제 하루 장례식장 밖에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기리고자 전국 각지에서 새벽부터 찾아온 일반 시민 조문객들의 길고 긴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온 30대 부부부터, 고인의 대표작인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를 보며 청춘을 보낸 70~80대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빈소를 찾았다. 조문객들은 장례식장 입구에 마련된 메모장에 '선생님 덕분에 따뜻했습니다', '하늘에서도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등의 글귀를 남기며 고인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지방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한 시민은 "살면서 마음이 답답하거나 힘들 때마다 최불암 선생님의 자상한 미소와 목소리를 보며 진짜 아버지처럼 의지하곤 했다"라며 "국민 모두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셨던 분이기에 직접 찾아와 작게나마 절을 올리고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대중연예인과 정재계 인사, 그리고 수많은 일반 소시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인 고 최불암의 빈소 둘째 날은, 슬픔 속에서도 고인이 한평생 세상에 퍼뜨린 온정과 사랑을 다 함께 확인하는 뜻깊은 추모의 장이 되었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지며, 오는 11월 2일 오전 발인 엄수 후 장지에 영면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