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배우 진선규가 '100일의 거짓말'에서 작은 상처 하나로 의심의 망을 좁히고, 다정한 당부의 말로 아들의 마음까지 가혹하게 옥죄며 극 전체를 압도하는 섬뜩한 공포를 선사했다.
지난 10월 31일 방송된 tvN 20주년 특별기획 주말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7회에서는 사토 신이치(진선규 분)가 자신의 판단에 반발하는 아들 사토 태웅(박진영 분)을 냉정하게 질책하고, 비밀 우편함에 남은 미세한 단서를 통해 아들을 향한 집요한 추적을 시작하는 모습이 밀도 높게 그려졌다.
이날 사토는 금서희(김유정 분)를 밀착 단속하라는 지시에 태웅이 정면으로 반발하자 서늘하게 선을 그었다. 금석중(감우성 분)이 적법한 재판을 거쳤어야 한다는 태웅의 지적에도 정면 응답하는 대신, 조선에 온 뒤 아들의 심경이 달라진 것인지를 되물으며 사건의 정당성을 묻는 질문을 자신을 향한 반발의 문제로 뒤바꿔 버렸다.
진선규가 '100일의 거짓말' 7회에서 화면 가득 껌뜩한 공포감을 선사하는 연기를 선보였다./사진=tvN 화면 캡처
이어 "상대가 나여도, 들키지 말란 뜻이다"라며 감정을 철저히 숨기라는 가르침을 되풀이했고, 아버지 앞에서조차 속마음을 드러내지 말라는 서늘한 경고를 던졌다. 태웅의 문제 제기를 어린아이의 철없는 행동으로 깎아내린 사토는 더는 대화를 허용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며 압도적인 권위와 아우라를 입증했다. 진선규는 아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과 짧고 단호한 말투로, 자신의 기준을 벗어난 질문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토의 권위적인 태도를 섬세하게 드러냈다.
사토의 치밀한 감찰력은 수문경찰서에서 도착한 비밀 우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뜯긴 봉투와 내용물을 살피던 그는 조금 전 비서실 우편함 앞에 서 있던 태웅의 모습을 기억해 냈다. 곧이어 발송자에게 전화해 자료 목록을 일일이 확인한 끝에 금석중의 가족사진이 사라졌다는 사실까지 집요하게 알아냈다. 미세한 이상 징후를 결코 지나치지 않고 직접 확인하며 의심의 범위를 좁혀가는 집요함이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어진 태웅과의 만남에서도 사토의 예리한 관찰력은 멈추지 않았다. 차를 올리는 야마다의 손에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태웅의 손끝에 난 작은 상처를 곧바로 포착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곧바로 추궁하는 대신 일방적인 혼담 이야기를 이어가며 속내를 숨겼다. 사전 언질 없이 혼담 자리를 마련한 사토는 결혼 시기부터 조일방직으로 자리를 옮길 계획까지 통보했다. 아들의 의사나 감정 대신 각자가 가진 조건과 이익만을 앞세운 혼담 통보는 가족의 미래마저 목적과 필요에 따라 결정하는 사토의 냉혹한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태웅이 어머니와의 과거를 묻자 사토는 슬픈 기색으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아들의 가장 약한 고리를 건드렸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던 태웅의 마음을 한순간에 흔들어 놓은 사토는 "내가 후회하지 않듯, 너도 그랬으면 좋겠구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따뜻한 부정(父情)의 당부처럼 들리면서도 아들의 선택을 철저히 경계하고 압박하는 이중적인 대목이었다. 진선규는 상대의 반응을 놓치지 않는 태도를 함께 담아내며, 다정한 말조차 안심할 수 없는 부자 관계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태웅이 떠난 뒤에도 추격전은 계속됐다. 사토는 후쿠다(김중희 분)에게 자료에 특기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거짓을 알리면서도 금석중 아내의 행방과 금서희의 과거 이력을 전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이 쥔 단서는 철저히 감춘 채 상대의 행적만을 서서히 좁혀가는 모습은 그가 어디까지 의심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안겼다.
배우 진선규는 이번 7회 방송을 통해 큰 고성이나 강압적인 명령 없이도 상대를 완벽하게 압박하는 사토 신이치 캐릭터의 치밀한 면모를 독보적인 연기 내공으로 그려냈다. 아들의 항의에는 단호하게 말을 끊고,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는 작은 상처를 단서로 삼았으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버지의 인정으로 마음을 흔드는 사토의 위협을 입체적으로 완성해 냈다.
한편, tvN 20주년 특별기획 '100일의 거짓말'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