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EU CBAM) 등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기후변화를 명목으로 도입하는 무역 관련 기후조치가 새로운 통상 장벽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한국과 싱가포르, 뉴질랜드 3국이 그린무역 협정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단순한 환경 보호 선언을 넘어 기후 규제가 우리 기업의 수출을 가로막지 않도록 보호막을 치고, 저탄소 철강 등 신산업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부는 5일 뉴질랜드, 싱가포르 통상 당국과 고위급 화상회의를 열고 복수국 간 그린경제협정(GEPA) 협상의 진전 상황을 점검했다./사진=미디어펜
산업통상부는 5일 뉴질랜드, 싱가포르 통상 당국과 고위급 화상회의를 열고 복수국 간 그린경제협정(GEPA) 협상의 진전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각국은 일방적인 기후 규제로 인한 무역 마찰을 줄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무역 관련 기후조치(TrCMs) 모듈을 성문화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주요국들은 탄소 배출량을 이유로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거나 까다로운 인증을 요구하는 등 기후 조치를 사실상의 비관세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GEPA 3국은 각국의 기후 조치와 모니터링·보고·검증 체계를 설계할 때 준수해야 할 객관적 원칙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일방적이거나 부당한 무역 제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부딪히는 통상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업종의 저배출 상품 무역 확대에도 합의했다. 특히 저탄소 철강 등 탄소중립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표준, 정의, 인증 절차를 3국이 상호 인정하거나 통일된 기준을 정립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친환경 제조 기술과 저배출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수출 판로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셈이다.
우선 항공 분야에서는 지속가능항공유(SAF)의 가격 접근성과 공급망을 강화해 항공 산업의 탈탄소화를 공동 추진한다. 건설 분야에서는 사전제작 및 탈현장 건설 공법과 친환경 자재 표준에 관한 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 체계의 정합성을 높여 우리 기업들이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되던 ESG 공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식품 시스템 역시 탄소 배출량 측정과 기술 협력을 강화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산 구조를 갖추기로 했다.
이번 GEPA 협상은 지난해 10월 31일 경주에서 출범을 선언한 이후 대면 협성과 화상 회의를 거치며 속도감 있게 진행돼 왔다. 3국은 이번 회의에서 확인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 차기 공식 협상을 열어 남아있는 세부 과제들을 조율하고 실질적인 협력 과제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김장희 신통상전략지원관은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 우리 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관련 시장 선점으로 이어지도록 그린분야 신통상 규범을 선제적으로 정립해야 할 것"이라며 "GEPA 참여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지속가능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상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