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방위사업청의 2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둘러싼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의 법적 공방이 본격화한다. 이번 법원 판단을 두고 방산업계 내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미 추진 중인 무기체계 개발 사업과 후속 양산 일정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K-방산의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위사업청의 2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둘러싼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의 법적 공방이 본격화한다. 사진은 KF-21에서 대공미사일이 발사되는 이미지./사진=LIG D&A 제공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LIG D&A가 방사청의 24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심리를 진행한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달 20일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LIG D&A에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의결했다. 무기 개발 사업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와 원가 부정행위 등이 제재 사유로 제시됐다.
LIG D&A는 해당 처분에 불복해 지난달 22일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정식 심리에 앞서 임시집행정지 결정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당초 10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제재의 효력은 이달 20일까지 잠정 중단된 상태다.
LIG D&A 측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번 심리에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내려진 점과 제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업상 손실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 전력화 차질 우려…수출 신뢰도에도 타격 우려
LIG D&A 입장에서는 이번 법원 판단이 향후 사업 기반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꼽히지만, 방산업계 역시 이번 제재가 개별 기업을 넘어 국내 방위사업 전반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무기체계 개발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방사청은 최근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사업과 관련해 산업통상부에 LIG D&A의 방산업체 지정 취소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 D&A는 이미 체계 개발을 마쳤고, 수의계약을 통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었던 만큼 방산업체 지정 취소가 현실화할 경우 후속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기존 개발 성과를 활용하지 못하고 사업자 선정이나 계약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면 군의 전력화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공유도탄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해당 사업은 국산 전투기의 핵심 무장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로, 국방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LIG D&A는 해당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법원 결정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사업자 선정 절차가 다시 진행되거나 협상 과정이 중단되면 개발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KF-21의 핵심 무장 국산화와 전력화 계획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국내 방산업체들의 해외 사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K-방산은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히며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해외 고객사들은 무기체계의 성능뿐 아니라 납기 준수와 안정적인 생산 능력, 후속 군수지원 역량 등을 주요 계약 조건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국내 주요 방산업체의 개발 일정이 지연되거나 생산 체계에 차질이 발생하면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K-방산 전반에 대한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성급한 고강도 제재에 논란…방산 생태계 훼손 우려
업계 내에서도 방사청의 이번 제재 수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직 뇌물 수수 사건과 관련해서는 재판 과정이 진행 중이고, 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방사청은 공소청의 기소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제재에 나섰다.
특히 방산업체에 설명과 소명의 기회를 제공해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방사청에서는 관련 내규에 의해 기소만으로 제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년 입찰제한이라는 처분의 강도를 고려할 때 향후 재판에서 LIG D&A 임직원의 무죄가 확정되면 이미 상실한 수주 기회와 사업상 손실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한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빠른 속도로 처리할 일은 아니다”라며 “법원의 최종 판결이나 명확한 법적 판단이 나온 뒤에 처분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소명 기회 없이 성급하게 고강도 제재가 내려질 경우 방산 생태계 훼손은 물론 K-방산의 대외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