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스마트안경의 대중화가 가시화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 윤리에 대한 논의도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시험장에서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안경이 일상과 업무 현장으로 안정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편의성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사생활까지 보호할 수 있는 기술과 이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마트안경의 대중화가 가시화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 윤리에 대한 논의도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AI 이미지
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AI 스마트안경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판매 지역을 확대하면서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AI 안경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디스플레이가 없는 AI 안경이 전체 출하량의 96%를 차지했다.
스마트안경은 안경테에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등을 탑재해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카메라로 사물이나 문서를 인식해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상대방의 말을 실시간으로 번역하거나 음성 명령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이다. 일부 제품은 렌즈 안쪽에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검색 결과와 안내 정보를 눈앞에 표시한다.
대표적인 제품은 메타의 '레이밴 메타'다. 메타는 올해 5월 국내에 AI 스마트안경을 공식 출시한 데 이어 한국어 실시간 번역 기능을 지원하고 판매처도 확대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공식 온라인몰과 일부 대리점 등에서도 제품을 판매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스마트안경은 여행이나 길 안내, 외국어 소통 등 일상적인 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다. 업무 현장에서도 작업자가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거나 작업 과정을 기록하는 용도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 기기가 가벼워지고 AI의 정보 처리 능력이 향상될수록 이용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스마트안경이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형화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착용자가 주변을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은 촬영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최근 대학 논술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된 이후 교육당국이 수능과 교원 임용시험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 것도 이러한 특성과 관련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교원 임용시험에서 응시자의 안경을 직접 확인하고, 스마트안경으로 의심되는 기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시험장의 경우 전자기기 반입을 제한하고 감독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는 이러한 조치를 적용하기 어렵다. 카페나 대중교통, 사무실 등에서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사람이 주변을 촬영하거나 음성을 수집할 경우 이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제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제품 보급이 늘어날수록 착용자와 주변 사람 사이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촬영 알림부터 데이터 관리까지…제조사 역할 중요
스마트안경은 사진이나 영상 촬영뿐 아니라 AI가 주변 사물과 음성을 인식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정보가 수집·처리될 수 있다. 특히 기업 사무실이나 의료시설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공간에서는 정보 수집 범위와 처리 방식을 명확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안경은 제품과 기능에 따라 수집한 정보를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거나 연결된 스마트폰, 외부 서버로 전송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어떤 정보가 외부로 전송되고 얼마나 오래 보관되는지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불필요한 기록을 삭제하거나 정보 수집을 제한할 수 있는 기능도 중요하다.
이에 제조사들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메타는 AI 스마트안경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때 안경 전면의 발광다이오드(LED)를 켜 주변 사람에게 촬영 사실을 알린다. 표시등을 가리면 카메라 작동을 차단하는 기능도 적용했다. 이용자가 앱에서 촬영·음성 관련 설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주변 사람의 동의를 구한 뒤 촬영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보호 장치에도 보완할 부분은 남아 있다. 주변 사람이 표시등의 의미를 알지 못할 수 있고, 사진이나 영상을 저장하지 않더라도 AI가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주변 정보가 처리될 수 있다. 실제로 레이밴 메타 일부 최신 제품은 사진·영상 촬영과 AI 사물 인식 기능을 사용할 때 서로 다른 표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안경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개인정보 보호 기술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촬영 여부를 알리는 것과 함께 수집한 정보의 이용 목적과 저장 기간, 외부 전송 여부 등을 이용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의 정보가 불필요하게 수집되거나 저장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는 제품의 시장 경쟁력과 관련이 있다. 스마트안경이 일상적인 전자기기로 보급되려면 착용자의 사용 편의성과 함께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도 줄여야 한다. 특히 학교나 기업, 공공시설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제품의 기능만큼 사용 기준과 정보 보호 체계가 중요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AI 스마트안경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카메라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를 산업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지목했다. 향후 카메라가 없는 음성 중심 제품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안경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쉽게 관리하고 주변 사람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 체계가 스마트안경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신뢰가 확보돼야 일상은 물론 교육·업무 현장에서도 스마트안경의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스마트안경은 착용자의 시선과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 이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제3자의 정보까지 수집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촬영 여부를 알리는 기능뿐 아니라 정보의 수집·저장·전송 단계별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이용자가 이를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술적 신뢰가 확보돼야 스마트안경이 일상은 물론 산업 현장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