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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서울대서 강연…“AI 혁명, 경제질서 바꾼다”

입력 2026-11-05 20:49:22 | 수정 2026-11-05 20:49:22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경제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경제활동과 연결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부터 AI 산업 경쟁력 확보, 한·일 경제연대까지 폭넓은 해법을 내놓으며 국가 차원의 구조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5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재학생 등 450여 명을 대상으로 ‘AI 시대,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대한민국의 비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최 회장이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과 만난 것은 2022년 4월 ‘시장의 변화, 미래의 기업’을 주제로 강연한 이후 약 4년 반 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대한민국의 비전’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대 제공



최 회장은 강연에서 AI가 경제의 작동 방식과 글로벌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30년 넘게 기업을 경영하며 변화에 익숙하지만, 그 속도와 크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경제학의 시장원리와 전통모형만으로는 현재의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수요와 공급을 중심으로 시장을 이해했다면 디지털 경제에서는 개별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등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제질서의 변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제조를 중심으로 유지돼 온 글로벌 분업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의 투자 요구와 중국의 기술 추격이라는 복합적인 압박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AI를 둘러싼 막대한 자본 투자와 산업 간 융합이 맞물리면서 산업 혁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내부 여건에 대해서는 “저성장, 부채증가 등으로 내부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가운데 G2 패권과 AI 혁명, 자본전쟁에 의한 외부 위협까지 더해졌다”고 진단했다. 더 이상 개별 현안에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복합적인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내부 구조와 외부 환경의 변화를 함께 고려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진단을 토대로 최 회장은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으로 네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사회문제 해결이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뉴 캐피탈리즘(신자본주의)’ ▲지능 수출국을 지향하는 ‘AI 네이티브 국가’ ▲한·일 경제연대를 통한 ‘확장 옵션’ ▲기업 성장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 등이다.

뉴 캐피탈리즘은 민간의 사회문제 해결 활동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새로운 경제활동으로 연결하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민간이 이윤을 창출해 납부한 세금으로 정부가 국방, 복지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사회의 빠른 다각화와 복잡화 속에서 현재의 구조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민간의 ‘선행’을 사회가 금전적으로 보상하자고 했다. 

AI 네이티브 국가로의 도약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AI 산업의 5대 층위인 에너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거대언어모델(LLM),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며 한국이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 전략으로는 한·일 경제연대를 제안했다. 최 회장은 “자유무역체제가 옅어지는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2조 달러의 한국과 4조 달러인 일본의 경제가 묶이면 그 파급력은 단순히 3배가 아닌 그 이상 커질 것”이라며 “양국이 겪는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제도적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경제 시스템을 혁신해 기업이 규모를 키우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작은 규모의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 후에는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AI, 반도체, 에너지 등 경영현장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다. 그는 AI 인재 육성 방향을 묻는 질문에 “어디서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직접 새로운 걸 자유롭게 설계하며 경험하는 게 ‘AI 네이티브 국가’로 가는 기초가 될 것”이라며 “이전의 시도가 실패해도 그걸 경험으로 삼고 도전을 계속하면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번 강연이 AI 산업 경쟁을 개별 기업의 기술 확보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 시스템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경쟁력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정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학부장은 “세계 AI 산업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최태원 회장의 혜안을 나누며,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운 경제학 개념을 실제 경제현장에 접목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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