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가 크게 줄었지만 쌍용건설은 대형 계약을 잇달아 따내고 있다. 비결은 두바이와 싱가포르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시공 실적과 현지 발주처와의 신뢰다. 최근에는 두바이 국영 부동산 기업이 경쟁입찰 없이 3조 원대 사업을 쌍용건설에 맡기기로 하면서 이 경쟁력이 다시 확인됐다.
올해 해외건설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3분기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206억602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다. 지난해 체코 원전 수주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동 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정부 연간 목표인 500억 달러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쌍용건설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올해 1~3분기 누적 해외 수주액은 24억 달러로 업계 4위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억 달러에서 700% 늘었다. 9월 싱가포르 보건부로부터 수주한 약 3조 원(22억 달러) 규모 뜽아(Tengah) 종합병원 공사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쌍용건설 창사 이래 단일 프로젝트로는 가장 크다.
중장기 수주 가능성도 커졌다. 쌍용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부동산 개발·운영 기업 와슬(Wasl) 그룹과 전략적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5일 발표했다. 와슬 그룹이 향후 3년간 추진할 약 3조6000억 원(100억 디르함) 규모의 주거·호텔·복합개발사업을 쌍용건설이 단독으로 시공하는 내용이다. 와슬 그룹은 두바이 부동산공사(DREC)가 세운 회사로, 두바이 정부 소유 부동산을 개발하고 관리한다.
이번 협약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계약 방식이다. 와슬 그룹은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3조 원이 넘는 사업을 쌍용건설에 맡길 계획이다. 괜히 경쟁입찰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그동안 함께 일하며 실력을 검증한 쌍용건설을 택했다는 평가다.
쌍용건설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는 첫째 이유는 품질로 쌓은 평판이다. 두바이에서는 1997년 처음 진출한 이후 지난해 초까지 15개 프로젝트, 약 4조2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했다. 세계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아틀란티스 더 로열'과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의 54층 오피스 타워 'ICD-브룩필드 플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지었다. 병원 분야에서도 실적이 많다. 싱가포르에서 완공한 종합병원만 3곳(2024년 우드랜드 병원 등)이다. 알렉산드라 병원도 현재 시공 중이다.
해당 실적 덕분에 최저가를 내지 않아도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뜽아 종합병원은 쌍용건설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기술평가 점수에서 앞서 수주했다. 일본 등 다른 나라 건설사들의 무대였던 싱가포르 병원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승부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오른쪽)과 히샴 알 카심 와슬그룹 CEO가 MOU 체결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쌍용건설
둘째 이유는 발주처와 쌓아온 신뢰다. 와슬 그룹과의 협력은 2017년에 시작됐다. 이후 쌍용건설은 와슬이 발주한 하얏트 센트릭 호텔, 고급 주거시설 '원(One) 레지던스' 등 1조 원이 넘는 공사를 맡았고, 올해 초에는 2억5000만 달러 규모 '애비뉴 파크 타워'도 따냈다. 이렇게 이어진 협력이 이번 협약으로 확대됐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와슬과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품질 관리를 정직하게 했고 견적도 믿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이런 신뢰가 쌓여 입찰을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발주처도 꾸준히 늘려왔다. 두바이에서는 두바이투자청(ICD)과 와슬에 이어 부르즈 칼리파를 소유한 에마르, DIFC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특정 발주처의 발주가 줄어도 다른 곳에서 일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2022년 쌍용건설을 인수한 글로벌세아 그룹의 지원도 힘이 되고 있다. 김웅기 글로벌세아 그룹 회장은 인수 직후인 2023년 초 두바이에서 와슬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 쌍용건설의 해외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쌍용건설은 앞으로도 해외 수주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와슬 그룹 사업은 개별 계약을 순차적으로 맺을 예정이고, 싱가포르에서도 병원 추가 발주가 예정돼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두바이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며 해외 부문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와슬 외에도 여러 발주처가 있는 만큼 좋은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