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고철덩어리’ 만드는 환경부·한국환경공단 정책, '전기차 후진국' 비상충전 대책 없어
급속·완충 충전기 카드 분실·훼손 “재발급 받던지 다른 충전소 가라”…완성차 보급만 집중
[미디어펜=류용환 기자]전기차는 정부가 발급한 충전카드로 충전해야 한다. 그러나 충전 카드는 단 1장만이 발급되는 현실이어서 분실이나 훼손 시에 차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솔린 등 일반 승용차가 차량 열쇠를 분실했을 때 보조 열쇠로 시동을 거는 것과 비교할 때 전기차 운행자는 큰 불편을 겪는 셈이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온실가스, 공해 배출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받아 왔다. 이에 전기 에너지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되기 때문에 친환경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환경정책으로 ‘전기차 상용화’를 위한 차량 구입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지방자치단체을 통한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이같이 ‘완성차’ 보급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전기차 운영에 가장 중요한 ‘전기 충전’은 비상 상황을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차 충전소 이용에 필요한 ‘충전용 회원카드’는 차량 1대 당 1장만 발급된다. 전기차 충전용 카드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서 발급 중이다. 반면 비상용 카드 발급은 필요없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대부분 전기차 충전소는 충전용 카드로 이용자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는 누가, 얼마나 사용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카드를 분실하거나 훼손될 경우 인증 과정을 밟을 수 없어 전기차의 동력을 전달하는 전기를 충전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은 정부 부처, 기관 등에서 현재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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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충전용 회원카드. | ||
실제 기자가 전기차 충전용 카드의 분실·훼손을 대비해 한국환경공단에 추가로 1장을 더 발급이 가능한지 확인한 결과 ‘문제가 생길 때에만 재발급을 받으라’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전기차 충전용 카드 신청 후 이용자에게 배송되는 데까지 3일가량 소요된다. 분실되거나 이상이 생기면 재발급되기 전까지 차를 운전하기 어렵다.
한국환경공단 자동차환경정책팀은 “원칙상 전기차 한 대당 카드 한 장만 발급받을 수 있다. 카드 파손 등으로 재발급해야 할 경우 견인차를 불러 가까운 충전소로 이동해야한다”고 말했다.
카드 파손 등으로 충전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환경공단 측은 인증 없이 이용이 가능한 충전소가 아닌 일반 충전소를 이용하라는 무책임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한국환경공단 측은 해결책보다는 “이름이 뭐냐”며 이용자 확인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 충전용 카드가 훼손됐다면 충전소를 찾아도 충전할 수 없어 주행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차량은 주차장에서 마냥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친환경 그린카인 전기차가 충전을 하지 못해 고철 덩어리로 주차장에서 카드 배송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전기차는 급속·완충 충전기가 아닌 비상용 충전 케이블로 일반 콘센트을 이용해 충전이 가능하다.
기자가 A사의 전기차를 일반 콘센트로 충전한 결과 1% 충전 시 10분가량 소요되는 것을 확인했다. 전기차를 완충하는데까지 17시간이 꼬박걸리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에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용 카드가 없더라도 회원번호를 알고 있다면 자체적으로 충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충전용 카드에는 회원번호가 부여된다. 카드 번호를 미리 메모해두면 분실하더라도 이를 활용해 충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부 교통환경과는 “전기차 충전용 카드를 분실했거나 발급 받는 중이라면 충전이 안 될 수 있다. 충전소에 부착된 (한국자동차환경협회의) 전화번호로 연락해 위치를 알려주고 회원번호를 불러주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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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성북구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기. | ||
실제 기자가 서울 성북구의 한 급속 충전기에 부착된 안내문에서 한국자동차환경협회이 운영하는 콜센터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협회 측은 이 방법으로 충전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 측은 “(회원번호로) 충전할 수 없다. 카드가 있어야만 전기차를 충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 보급에 신경쓰고 있지만 완성차 확대에만 집중할 뿐 가장 중요한 정책을 외면하는 부처, 기관, 협회의 엇박자로 ‘전기차 상용화’가 아닌 ‘전기차 후진국’ 대열로 진입하는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